최원병 회장, 선거 후유증에 농협법 졸속 논란 이중고

2011-12-02     임민희 기자
최근 연임에 성공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사진) 농협사업구조 개편을 놓고 노조 측과 극심한 마찰을 빚는 등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예정대로 내년 3월부터 신용․경제사업 분리를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11조원의 부채를 농협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졸속추진' 비난이 일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 등에서 2007년 농협법 개정안대로 농협 사업구조개편을 2017년에 실시하는 내용의 재개정안을 추진,최 회장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피선거권 논란과 영․호남간 지역대결 양상에 따른 내부 반발 등으로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번 회장 선거에서 낙마한 김병원 나주 남평 농협조합장의 경우 최 회장이 농협중앙회정관 제74조에서 명시한 피선거권 자격(기본재산 출연 관계법인, 상근임직원)에 저촉된다며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농협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조직개편 운영방안'을 강행 처리해 노조 측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 측은 사측이 단체협약에 명시된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및 고용안정과 직결되는 문제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며 강력 항의하는 한편, 사업구조개편을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농협의 대규모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2007년 농협법 개정 당시 농협 사업구조개편을 2017년부터 자력으로 시행토록 했지만 최원병 회장이 주축이 되어 '1중앙회-2지주사(금융․경제지주사)체제 전환'을 추진, 올해 3월 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이 통과돼 내년 3월로 시기가 앞당겨졌다.

하지만 신․경 부문 분리를 위해서는 총 27조2천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한데 현재 농협이 보유한 자본금은 15조원으로 나머지 12조 2천억원은 정부지원이나 차입을 통해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6조원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농협이 직접 차입 조달하고 그에 대한 이자만 보전해 주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11조원이 넘는 빚과 이자부담을 농협이 모두 지게 되는 셈이다.

농협중앙회 노조 관계자는 "사업구조개편 시행시기를 2017년부터 하자는 게 노조의 입장"이라며 "현재 정부의 지원방식에 문제가 많고 농협이 자체 차입해야할 금액도 6조 2천억원에 달해 신․경분리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2017년 시행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후 한나라당과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빨리 국회가 정상화되어 농협법 재개정안이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내년 3월 법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사측에서는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는데 노조 측이 ‘신․경 분리’ 연기를 계속 주장하고 있어 마찰을 빚은 것 같다"며 "신․경 분리 부분도 원래는 정부가 농협에 6조원을 지원해 주기로 했는데 이자보전으로 갑자기 말이 바뀌면서 11조원에 대한 차입반환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최 회장은 농협법 시행을 두고 내부 반발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협 내부에서는 최 회장이 당초 농협 개혁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정부와 보조를 맞춰 '자리보전'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또한 최 회장에 대한 사퇴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농협노동조합은 최 회장의 퇴진과 농협법 전면 재개정을 촉구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최 회장이 선거 후유증과 조합원들의 불만 해소, 농협법 졸속 추진 논란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농협노조와 정치권 등 전방위적 퇴진 압력에 직면할 전망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