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된 선종구 회장, 제2 하이마트 차릴까?
2011-12-05 박신정 기자
경영권 분쟁 당시 선 회장이 하이마트에서 물러날 경우 주요 임직원과 새 회사를 차릴 것이라는 의혹을 받아 온 만큼 이번 하이마트 매각 결정으로 선회장의 거취가 큰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하이마트 2대주주인 선종구 회장의 보유지분은 410만1천주(17.37%)이다. 선 회장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얻을 차익이 상당하며 이미 일부 주식을 담보로 200억원의 대출을 받으며 자금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2일 하이마트 주가는 전 거래일대비 5천500원(+7.62%) 오른 7만7천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기 전 9만원대를 넘기며 승승장구 하던 하이마트 주가를 감안해 매각가를 주당 8만원대로 잡는다면 선 회장은 약3천3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손에 쥘 수 있다.
하이마트의 최대주주 유진기업(31.34%), 2대주주 선종구 회장, 3대주주 H&I컨소시엄(8.88%)이 지분 전량을 매각키로 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데다 하이마트 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각가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 까지 얹게되면 선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대략 5천억원 수준의 자금 확보가 가능해 진다. 지난 2008년 하이마트가 유진으로 넘어갈 당시 선 회장이 1천 9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 당시에 비해 약 3천억 수준의 차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선 회장의 개인보유분 외에도 아들 선현석씨 0.9%, 현석씨가 대표로 있는 아이에이비홀딩스가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지분이 매각된다면 약 900억원의 추가자금 또한 확보할 수 있다.
앞서 선회장은 하이마트가 유진기업에 인수되기 전인 지난 2005년 한차례 인수합병을 겪었을 당시 경영권 보유로 1천억원 상당의 이익을 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마트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로 매각될 당시 13.97%의 지분을 보유하던 선 회장이 경영권을 넘기는 대신 지분에 상응하는 액수보다 1천억원의 프리미엄을 받았던 것.
하이마트가 매각될 때마다 경영권 보유로 상당한 이익을 얻어 온 선 회장이 이번에도 자산 규모를 대폭 업그레이드하면 하이마트 같은 가전유통사 창업이 가능해질 것이란 추론이다.
해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해온 하이마트가 고성장세를 이어온 배경중 하나는 하이마트 외에 별다른 경쟁자가 없다는 점이었다. 10여년간 전문경영인으로서 하이마트를 직접 운영해온 선 회장이 대규모 자금과 노하우를 활용, 새 회사를 차려 동종업계에 진출한다면 하이마트로서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 당시 선 회장이 하이마트 창업자로서 회사에 강한 애착을 보이며 경영권을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만큼 난데없는 지분 매각 결정에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선회장이 실제로 하이마트 경쟁사를 차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이마트 임직원들과 주주들의 비난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하이마트 투자자는 “각자경영체제로 분쟁사태를 일단락 짓는다 했을 때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예상했지만 하이마트 매각이라는 초강수가 쓰여 질지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최대주주들을 믿고 사태수습에 열을 올렸던 투자자들은 정말 뒤통수 한방 제대로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이마트의 최대주주인 유진기업도 이번 지분 전량 매각으로 약6천∼8천억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하며 취약했던 재무구조에 수혈이 가능할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