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용 염화칼슘 방치하면 자동차 '피부암' 걸린다
산화 촉진하는 부식제로 변해 차체 녹 슬어...유상AS 덤터기 쓸 수도
도로 위에 뿌려지는 제설용 염화칼슘으로 인한 차량 부식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와 소비자들의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폭설과 한바탕 전쟁을 치뤘던 자동차를 무심코 방치했던 소비자들은 겨울이 끝날 무렵 차체 하부가 부식된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기 일쑤. 소비자들은 이같은 부식 현상이 '제품 하자'로 인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염화칼슘 관리 부실로 인한 피해는 어떤 보상도 받기 어렵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제설용 염화칼슘에 노출됐던 차량을 방치했다가 거액의 수리비를 안내받은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차량 전문가들은 도로 위에 뿌려지는 제설용 염화칼슘은 부식성을 띠고 있어 자동차의 '피부암'을 부르는 치명적인 원인이라고 꼽으며 각별한 주의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눈에서 용해된 염화칼슘은 수분으로 변하면서 산화를 촉진시키는 부식제로 변하기 때문에 눈길을 달린 자동차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차체 밑바닥이 부식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처럼 유사 피해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겨울철 차량 이용 후 올바른 관리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 염화칼슘에 새 차 부식…소비자-제조사 갈등
6일 이 모(여)씨에 따르면 그는 염화칼슘 때문에 새 차가 부식되자 1인 시위까지 나섰다.
지난해 9월, 3천만 원대의 중형차를 구입한 이 씨. 그는 운행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문짝 밑 차체에서 녹을 발견했다.
자동차 도색 전문가는 “도색을 뚫고 녹이 올라올 정도면 오래 전부터 부식된 것으로 내부는 더욱 심할 것”이라며 “나중에 차를 중고차로 되팔 경우 최소 600만원가량 가격이 감가된다”고 설명했다.
하자 차량이라고 판단한 이 씨는 지난 8월부터 제조사 측으로 수차례 차량 교환이나 보상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AS만 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제조사 측의 설명으로는 운전자의 주 활동지역이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 평창이라 염화칼슘에 자주 노출된 탓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씨는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차를 샀던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제조사 관계자는 “이 씨의 차는 눈길에 뿌려진 염화칼슘의 영향으로 부식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이 씨의 차를 수리하려고 하고 있으나 이 씨가 교환이나 보상금만을 이야기하고 있어 합의가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단지 녹이 슬었다는 이유로 차량 교환이나 보상금 지급을 하긴 어렵다”며 “규정대로 차량을 수리해주기 위해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염화칼슘에 펜더 부식된 차량 수리비만 ‘160만원’
최근 차량 뒷좌석 양쪽 펜더 부분의 부식을 발견한 박 모(남.34세)씨 역시 염화칼슘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황.
서비스센터 측은 펜더 부식 원인으로 지난 겨울 길에 뿌려진 염화칼슘을 지목했다.
박 씨는 운전자의 차량 관리부주의라는 설명과 함께 보수비용으로 160만원이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펜더 부식을 그대로 뒀다가는 차량 전체로 피해가 퍼질 수 있어 수리가 꼭 필요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비용 지출에 박 씨는 억울하기만 했다.
이에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월 염화칼슘으로 인해 차량 표면 부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폭설과 강추위가 반복되면서 제설 및 동결 방지를 위한 염화칼슘 등 제설염의 사용이 전례 없이 증가한 것에 따른 조치다.
길에 뿌려진 염화칼슘은 눈과 뒤섞여 차량 철판과 차체 하부를 비롯한 틈새로 파고든다. 운전자가 이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부식이 진행되며, 차체에 스크래치가 있는 부분은 부식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염화칼숨이 뿌려진 길을 운전했다면 즉시 차체 외부와 하부에 고압 물 세차를 하는 게 좋다”며 “물 세차 후에도 바퀴 주변 휠하우스 안쪽 및 내부, 외판 접합부분, 소음기 주변, 범퍼, 차량 도어 사이 등은 한 번 더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자동차 피부암 부르는 ‘제설용 염화칼슘’ 관리법
염화칼슘은 눈과 섞여 용해되면서 수분기를 띄면 자동차 차체의 산화를 촉진시키는 부식제로 변한다.
자동차시민연합에 따르면 이 성분이 차체 바닥에 흡착돼 자동차에 난 흠집 등을 통해 침투하면 철판이 쉽게 녹슬기 때문에 나중에 차를 중고차로 되 팔때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감가될 수 있다.
제 명(?)대로 자동차를 타고 싶다면 다음 3가지를 기억하자.
# 염화칼슘 제거 빠를수록 효과적 = 제설용 염화칼슘으로 차체 하부가 부식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빠르게 제거할수록 효과적이다.
# 염화칼슘 청소는 사우나처럼 화끈하게 = 폭설을 견딘 자동차는 염화칼슘 알갱이로 범벅된 상태다. 육안으로 희끗희끗한 밀가루 같은 반점이 확인된다면 염화칼슘으로 보면 된다.
특히, 휠하우스, 하체, 소음기(머플러) 주변에 많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닦아주면 좋다. 셀프세차장 등을 이용해 고압호수로 구석구석 닦아주면 효과적이다.
# 실내청소도 간과하면 안돼 = 신발에 붙어있던 염화칼슘 가루는 건조되면서 차량 내 먼지처럼 여겨지기 쉽다. 운전자가 들이마시게 되면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눈이 오는 날은 바닥 매트 위에 헌신문지를 깔아두고 수시로 진공청소를 해 염화칼슘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항균필터 교환도 주기적으로 해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서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