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 '산 넘어 산'

2011-12-08     윤주애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박찬구 회장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여서 향후 경영권 향방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데다 박찬구 회장 측의 금호석화 지분이 조카인 박철완 부장(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보다 낮아 오너십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박 회장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또 다시 오너십 변동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

이번엔 기각됐지만 검찰이 박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불거진 경영권 분쟁은 박 회장과 그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가 보유하던 금호석화 지분 10.45% 전량을 매각하면서 정리됐지만, 새로운 변수의 등장으로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 불씨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지난해 5월 금호석화가 시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2천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중 1천700억원어치를 인수했고, 지난 5일 이를 주식으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나머지는 국민은행과 농협이 각각 185억원, 117억원어치를 인수했다.

한국산업은행의 주식전환 결정으로 오는 2013년 5월 상장될 신주 428만1천715주는 5일 종가를 기준으로 7천600억원이 넘는다. 한국산업은행은 1년 사이에 금호석화 주가가 4만원대에서 5배 가까운 19만원대로 치솟으면서 약 6천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이로써 한국산업은행은 박찬구 회장과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화 해외영업3팀장을 제치고 금호석화의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박찬구 회장(7.75→6.63%)과 박준경 팀장(8.59→7.35%)의 지분율을 합쳐도 14%에 불과하다.

여기에 자사주(22→18.83%)를 포함시킬 경우 박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33%가 된다. 이는 한국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변경되기 전(38%)보다 5%p나 하락한 수준이다.

박 회장으로서는 산 넘어 산인 형국이다.

지난달 30일 박삼구-박세창 부자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의 유상증자와 금호타이어의 재무개선 등의 목적으로 4천억원 상당의 금호석화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봉합되는 듯했지만 예상치 않은 변수에 부딪친 것이다.

한국산업은행이 만기(2013년 5월) 전에 주식을 박찬구-박준경 부자와 조카인 박철완 등 3인에게 상호협약으로 매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박철완 금호석화 해외영업1팀장(10.24%)은 한국산업은행(14.41%) 다음으로 지분이 많다.

재계에서는 박철완 팀장의 부친이 고 박정구 전 명예회장은 금호산업 대표이사 회장직을 역임했다. 박 팀장 본인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기획본부 출신이어서 박찬구 회장 측근인지 아닌지에 주목하고 있는 것.

박 팀장은 2010년 초 박찬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금호석화로 소속을 옮겼다. 당시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팀장은 박삼구 회장 편에 설 것인지 고민하던 박 팀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대내외 변수에 휘둘려 금호석화의 주가가 지난해 5월 4만원을 밑돌다 최근 20만원대로 급등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박삼구 부자의 지분정리, 박찬구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 기각 등으로 경영권 분쟁이 거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배당금을 이용해 꾸준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온 만큼 한국산업은행의 블록딜을 받아들이거나 2013년 전까지 신주를 일찍 매매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박철완 팀장이 박찬구 회장 편인지, 아니면 박삼구 회장쪽으로 돌아서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다시 지필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