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전지사업본부장, LG화학에 약일까? 독일까?

2011-12-09     유성용 기자

김반석 부회장의 LG화학이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을 전지사업본부장으로 맞으며 그룹 내 위상을 공고히 했지만 분사 가능성이 대두되며 분위기가 내려 앉았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 분사와 관련한 거래소 조회에 대해 '확정된 것 없다"고 공시했다. 부인하지 않은 점에서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배터리 사업 분사설은 권영수 사장이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화를 이끈 무게감 있는 권 사장이 오면서 4년 전부터 나돌던 분사설을 증폭시킨 것이다. 내년 상반기라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됐다. 

배터리 사업 부문이 분사하면 사업 내용이 대외 환경에 민감한 석유화학부문에 치중돼 있는 LG화학으로선 자칫 재무 위험의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셈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짊어진 게 된다.

2차 전지사업은 구몬부 LG그룹 회장이 지난 1992년 부회장 시절 영국에서 샘플을 들여와 연구를 직접 진두지휘할 정도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재계가 권 사장 인사에 대해 2차 전지사업을 LG그룹 최대 미래 핵심 사업으로 삼고 세계 1등으로 육성하겠다는 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는 이유기도 하다.

권 사장이 맡게 된 전지사업본부는 LG화학이 소형 전지와 중대형 전지 사업부를 합쳐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에 신설됐다. 그룹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 사업부다.

4년여 전에도 전지사업부문이 LG화학 주력사업과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사설이 돌았었다. 

LG화학 측은 즉시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제고 및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 분사를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기업가치 하락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은 막기 어려웠다.

지난달 25일부터 분사설이 돌기 전 10여일 동안 11.5% 상향곡선을 그리던 LG화학 주가는 7일 하루만에 5.7% 급락했다.

석유화학부문이 LG화학 사업부문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점도 분사에 따른 위험 요소다.

LG화학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석유화학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73%에서 작년 74.6%, 올 3분기 누적으로는 76.9%로 점차 늘어가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2009년 76.6%에서 작년 80.7%, 3분기 누적 84.4%로 석유화학부문이 LG화학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석유화학산업이 세계 경기변동 및 원료생산국의 환경변화, 원재료 가격, 환율 등 대외 요인에 의해 사업 환경이 민감한 영향을 받는 경기순환형 사업이란 것.

이런 가운데 최근 중동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시설증설로 공급과잉 현상 지속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석유화학산업이 장치산업 특성상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한데 경기 변동에 따라 재무안정성 및 수익성 약화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중소형 배터리 사업에서도 이익이 나는 상황인데 내년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등 중대형 사업에서도 이익이 나면  LG그룹 내 전지사업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사업부가 분사될 경우 LG화학의 미래 기업가치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지난 2일 권영수 사장을 본부장으로 맞이함에 따라 사장급 인사가 총 4명으로 늘어났다. LG전자(6명)에 이어 그룹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LG화학은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조석제 사장을 비롯해 박진수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박영기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권영수 전지사업본부장을 사장급 인사로 두게 됐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