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대내외적 사퇴 압박에 중대 기로

2011-12-09     임민희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사진)이 대내외적 퇴진 공세에 시달리며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적으로 '김석동 흔들기' 조짐이 심상치 않은데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대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검증 문제를 놓고 금융노조와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며 '사퇴압력'까지 받고 있다.


올해 1월 취임한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부실문제' 해결에 주력하며 나홀로 고군분투 해왔으나 정부의 비협조와 일부 세력들의 딴지걸기,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실패, 론스타 산업자본 검증 미비 문제 등으로 전방위적 수세에 몰리면서 향후 거취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융정책당국 수장에 오른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금융당국 내부적으로 내년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어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소문은 TK계(대구-경북)를 중심으로 한 금융당국 일부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TK가 '김석동 흔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전형적인 TK계인 권 원장은 대구출신으로 재무부를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핵심인사가 권 원장을 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금융계 요직을 TK 인사로 채울 경우 향후 국정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김 위원장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논란의 정점에 있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의혹과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검증에 대해 어떠한 규명 노력도 하지 않아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

사실 론스타의 산업자본 의혹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인수된 후 지난 8년간 줄기차게 제기됐던 사안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1국장으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참여했던 핵심인사였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여느 금융당국 수장들과 마찬가지로 '론스타의 수시적격성에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사법부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김 위원장은 서둘러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6개월 이내 주식처분 명령'을 내렸다. 최근에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의혹 검증을 금감원에 일임하면서 "론스타 산업자본 여부와 인수승인은 별개"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해 금융노조 등의 반발을 샀다.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볼 수 있는 근거들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의 인수자격을 심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난 여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 중이다.

사실상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팔고 5조원 가량을 챙겨 한국을 떠나는 일만 남겨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론스타 먹튀' 방조에 대한 책임을 면키는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의 내부 반발과 민주당 등 정치권의 공세에 몰린 김 위원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