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악질 소비자' 백태...기업들 골머리

오리발형, 지능범형, 협박형등의 공세에 속수무책

2007-07-05     헤럴드경제 제공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써야 할 돈을 안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계약 시 약관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거나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제공되는 서비스를 ‘상시적으로’ 요청하는 등 갈수록 뻔뻔해지는 추세다.

상도에 어긋나는 이 같은 반칙 행위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어 업계는 말 못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오리발형’=결혼정보업체로부터 소개받은 상대와 결혼하고도 ‘안 했다’고 잡아떼는 사람들이 있다. 결혼정보사인 A사에 따르면 연회원이 3개월 안에 계약해지를 할 경우 많게는 연회비의 70% 이상을 환불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사례는 일반 회원보다 고소득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노블레스’ 회원에게서 심했다. 노블레스 회원은 연회비가 300만원 정도로 일반 회원보다 5배가 비싸다. 한두 건일 때는 넘어갔지만 건수가 늘다 보니 자체 방문조사를 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방문을 나가면 심지어 남편은 소개받은 여성과 ‘결혼했다’고 하는데, 아내는 ‘안 했다’고 잡아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도 ‘오리발 수법’을 즐겨 쓴다. 인터넷 과외 알선업체는 대학생이 과외 알선을 받고도 수수료를 내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알선업체는 보통 첫달 과외비의 20~50% 정도를 수수료로 받고 있지만 실제로 수수료를 회수하는 경우는 70%에도 미치지 않았다. 대학생 이모(22) 씨는 “과외하는 친구들은 ‘알선 수수료를 내면 바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지능범형’=보험업계는 최근 고유가로 인해 ‘편법’을 쓰는 고객이 늘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1700원을 넘으면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운영하는 ‘비상급유 출동서비스’를 거리낌없이 쓰고 있는 것.

이 서비스는 주행 중 기름이 떨어져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사에 전화로 요청하면 공짜로 기름을 제공받는 서비스다. 특약 보험료가 1만~3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90% 이상이 서비스 대상이다.

올해 1분기 기준 11개 손보사의 비상급유 서비스는 모두 7만9474건으로, 전년 동기 7만229건 비해 13.2% 증가했다. 집계는 안 됐지만 특히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른 5~6월 들어서면서 서비스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도로 주행 등 원거리의 경우는 이해가 가지만 집 근처나 인근에 주유소가 있는 데도 신청하는 고객도 있다”며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협박형’=가장 악질인 경우로 비상식적인 클레임을 통해 환불을 넘어 억지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다.

올 들어 소비자보호원과 분유업계에는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소비자 신고가 부쩍 늘었다. 분유 제조사인 B사 관계자는 “공정상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돌멩이나 벌레를 갖고 오는 사람도 있다”며 “전자동 최첨단 공정으로 바꿨는데 신고건수는 갈수로 늘기만 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분유가 고급화하면서 가격이 올라 1년에 300만원 이상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물질을 갖고 와 ‘이제까지 먹은 분유만큼 다시 달라’는 고객은 너무 심하다”고 털어놨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