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정상영 명예회장 '백기사' 투자 전략, 꿩먹고 알먹고
KCC 정상영 명예회장의 잇따른 백기사 투자전략이 황금알을 거둬들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별기준 3분기 누적 KCC의 기본주당이익은 4만482원으로 전년 동기 1천212원에 비해 무려 33.4배 늘었다.
같은 기간 늘어난 매출원가 덕에 영업이익은 80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지만, 5천834억원의 금융 수익이 더해져 순이익은 121억원에서 3천965억원으로 수십 배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결기준으로 살펴도 기본주당이익은 4만4천488원으로 전년 4천891원보다 9배 늘었다.
KCC 측은 금융수익에 대해 지난 7월 만도 지분 전량을 매각한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또 KCC는 지난 2일 현대자동차 주식 111만주(0.51%)를 매각키도 했다. 매각대금 2천400억원은 아직 보고서에 반영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KCC는 현재 8천304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 분기 6천567억원 대비 26.4% 늘었다.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매도가능금융자산도 2조659억원에 달한다. 손에 쥐고 있는 현금만 3조원이 넘는 셈이다.
만도와 현대차 지분 매각 대금은 고스란히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에버랜드 지분 매입에 사용될 예정이다.
KCC는 지난 12일 7천738억원 상당의 에버랜드 지분 17%를 현금취득 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 이어 에버랜드의 2대 주주가 된다.
에버랜드 지분 매입으로 KCC는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건설 부문 등 납품 실적이 미미하던 삼성 계열사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을 수있게 됐다.
삼성 계열사인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은 조선과 건축 등에 연간 1조원 이상의 도료 등 건자재를 사용하지만, 그동안 업계 1위 KCC와는 거래를 하지 않았다. 향후 KCC가 수천억원 규모의 신규물량 확보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또 추후 에버랜드 상장 시 대규모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KCC는 시장 기대치가 200~300만원에 육박하는 에버랜드 주식을 장부가 대비 15% 할인된 주당 182만원에 매입했다.
KCC는 에버랜드가 실적 향상은 기본이고 작년 삼성이 선정한 5대 신수종 사업 중 '바이오 제약'과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에 적극 투자하고 있어 미래 기업가치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금융 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년 4월까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춰야 했다.
정 명예회장의 꿩 먹고 알 먹는 백기사 투자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CC는 2003년 6월 3천여억원을 들여 현대차 223만주, 현대중공업 574만주, 현대모비스 93만주, 현대산업개발 356만주를 잇달아 사들였다.
당시 공식적인 인수 이유는 단순 투자 목적이었다. 실제로 올해 현대차 주식의 절반을 판 것만으로도 투자자금의 80% 가량을 회복했다.
하지만 재계는 당시 범 현대가가 2세 경영체제로 넘어간 상황에서 혈연관계에 의한 사업 협력 유지를 위해 지분 투자 방식으로 유대 관계를 강화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고 정주영 창업회장의 막내 동생이자 집안 어른으로서 계열사 경영권 안정을 돕는 백기사 역할을 하며 실속도 챙긴 행보라는 것.
외환위기 때 와해된 만도그룹 재건에 발 벗고 나선 것도 정 명예회장이었다. 그는 만도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도 지분 81.9%를 인수했다. KCC 투자 규모는 2천700여억원이었다.
견조한 실적과 투자 수익은 KCC의 재무지표를 우량하게 만들었다.
3분기 말(연결기준) 현재 유동비율 357%, 부채비율 43.8%, 자기자본비율 65.9%로 재무건전성이 매우 뛰어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KCC에 에버랜드 2대 주주 자리를 내줬지만 그룹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KCC의 백기사 투자 이력으로 봤을 때도 경영권 분란 가능성도 매우 낮다. 양자가 서로 윈윈 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