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복싱챔피언 딸 '사기 챔피언'?

2007-07-08     뉴스관리자
19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전 복싱 세계챔피언의 딸이 명문대생을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지명수배됐다.

8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박모(25.여)씨는 2005년 10월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대학생 A(23)씨에게 자신을 서울 K대 학생이라고 속이며 같이 만나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박씨는 A씨와 만날 때마다 "아버지가 복싱 세계챔피언을 지낸 박○○씨라 집에 돈이 많다", "아버지가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몬다"며 은근히 자랑했고 명문대생이라는 말을 믿은 A씨는 박씨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박씨는 이 때부터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비 좀 빌려달라", "친구에게 아버지 승용차를 빌려줬는데 사고를 내 수리비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등 속여 수 차례에 걸쳐 약 500만원을 받아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가 유산했다며 치료비를 주지 않으면 이런 사실을 집안에 알리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다 못한 A씨는 이듬해 초 박씨와 헤어지고 그동안 빌려준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으나 자신 명의로 돼 있는 승용차를 저당잡혀서라도 돈을 돌려주겠다던 박씨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서너달 뒤 서울 동작구에 있는 박씨 집을 찾아간 A씨는 박씨가 그새 또 다른 피해자인 대학생 B(26)씨를 만나 같은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가 K대생이기는 커녕 변변한 직업도 없이 지내고 있으며 자신 명의로 된 승용차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A씨는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박씨는 `옛 남자친구가 돈을 갚으라고 협박한다'며 내게서 돈을 빌려가는 등 여러 사람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보인다"며 박씨가 직접 작성한 자술서와 돈을 갚겠다는 내용의 약속어음을 받아 함께 제출했다.

B씨도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박씨를 만나 사귀게 됐는데 명문대생을 사칭하고 전 세계챔피언의 큰 딸이란 점을 이용해 1천만원 가량 사기를 당해 곧 고소할 계획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현재 박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했고 같은 혐의로 이미 여러 곳에서 고소를 당해 지명수배된 사실을 파악했으며 사건을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아이가 내 딸은 맞지만 요즘 그런 일을 저지르고 다녔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