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외환은행 인수' 배팅, 빅4 시대 열어
[기획시리즈-금융지주사가 뛴다]④하나금융지주..외환 통합, 후계작업 급물살
2011-12-19 임민희 기자
이로써 그간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자산규모가 작아 그룹 가치가 저평가 됐던 설움을 떨치고 우리금융지주(372조4000억원)와 KB금융지주(363조6000억원), 신한금융지주(337조3000억원)와 더불어 당당히 '빅4'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할 과제가 남아 있다.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과 외환은행과의 통합작업이 그것이다.
금융계는 빠르면 내년 1월 초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세 통합작업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승유 회장(사진)은 인생 최대의 배팅이라 볼 수 있는 '외환은행 인수'를 목전에 두고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외환은행 인수 후에도 원만한 통합을 이끌어 내려면 양측의 화합 등 여러 난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67세인 김 회장은 외환은행과의 통합작업과 더불어 후계 체제를 함께 준비해야 할 처지여서 어떤 인물을 '포스트 김승유' 지위에 앉힐지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승유, 외은 통합으로 글로벌 뱅크 도약 기대
하나금융은 내년도 경영목표를 '외환은행과 함께 Global Top 50로의 도약'으로 설정하고 통합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외환은행과 각 부문별 시너지 창출 방안을 마련하고 신사업 발굴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 교차판매를 통한 고객관계 심화 등 시너지 경영을 통한 수익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수익력 강화를 통해 바젤Ⅲ, 예대율 등 새로운 규제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발생되는 비용을 충당하고 자본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여․수신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역점을 둘 계획이다.
또 산업별 고객별 상품별 리스크관리 강화를 통한 선제적 건전성 관리, 해외사업부분 정비 및 신규지역 진출 추진, 고객서비스 개선과 체질강화를 통한 조직 및 인력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미래성장 역량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일 론스타와 외환은행 주식 3억2904만주를 3조9156억원에 인수키로 최종 협상을 마무리 짓고,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에도 한동안 지주사 밑에 2개 은행을 유지하는 이른바 투뱅크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나금융의 업무 영역(가계금융과 PB, 자산관리, 증권, 보험부문)과 중복되는 부분이 거의 없어 외환은행의 강점인 외국환이나 수출입금융, FX 등을 그대로 살려 업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외환노조 반발 거세 통합작업 난항 예상
문제는 조직문화와 임금 수준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두 은행을 어떻게 한 틀안에 묶어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실제로 하나은행 직원들에 비해 외환은행 직원들의 임금수준이 평균 1000천만원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임금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회장은 이를 의식해 "외환은행 직원들을 포함해 모든 것을 껴안고 가겠다"며 "외환은행 직원과 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아는 만큼 만나겠다"고 통합의지를 밝혔다.
사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시너지창출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또한 외환은행 인수에 앞서 윤용로 차기 행장 등 내부 인선작업도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과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도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이 빠른 시기에 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에 대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의혹 검증 결과가 나오면 향후 인수 승인을 낼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와 별개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문제를 처리할 방침이어서 이르면 내년 1월초에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 외환은행 매각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 중인데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명될 경우 '국부유출 논란' 등의 후폭풍이 일 수 있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스트 김승유' 후계작업 급물살 탈까
김승유 회장에 있어 외환은행 인수 도전은 최대의 모험으로 간주됐다.
외환은행은 지난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인수된 후 국민은행과 영국계 은행 HSBC 등이 인수를 추진했다가 가격문제 등을 이유로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충청은행(1998년),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 인수․합병(M&A)를 잇따라 성공하면서 '승부사'란 별명을 갖게 됐지만 'LG카드 인수'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런 우려에도 김 회장은 1년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외환은행을 품에 넣게 되면서 그룹 내 입지 강화는 물론, 후계 작업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됐다.
김 회장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1년 단위로 이사회 등의 검증을 거쳐 만70세까지 최장 3년을 연임(2013년 3월)할 수 있지만 은행권 내 유일한 최장수 CEO(15년)란 부담이 있다.
때문에 무리하게 연임을 욕심내기 보다는 외환은행 통합작업과 후계체제를 깔끔하게 마무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포스트 김승유' 시대를 이끌 인물로는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겸 차기 외환은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 사장은 하나은행장 등을 역임했으며 그간 김 회장을 도와 M&A 등 그룹의 중요 사안들을 성사시키는데 기여했다.
김 행장은 하나금융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의 달인'이란 별명답게 무난한 리더십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
관료출신인 윤 부회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경제부)를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기업은행장 등을 지낸 후 차기 외환은행장에 내정된 상태다. 외부 인사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그룹 내 영향력이 미비하다는 약점이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