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취소수수료 특별약관 개선 미적미적

공정위 시정조치에도 롯데관광 자유투어등 선두업체 여전 '검토중'

2011-12-23     박윤아 기자

부득이 취소하게 된 해외여행 취소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된다면 산정 기준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여행업체들이 '특별약관'이란 기준만으로 부당한 위약금을 멋대로 부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외여행 취소수수료 산정 근거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차액이 있는 경우 환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지난 9월말 시정조치를 내림에 따라 일부 여행사는 곧바로 약관을 시정했고 나머지 대형 여행사들 역시 약관시정에 긍정적 검토 의사를 보였다.

하지만 변경약관을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표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 관련 내용을 표시할 경우 취소수수료 증빙내역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여행 계약을 취소할 경우 취소수수료 산정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등 따지고 짚어봐야 눈 먼 돈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 하나투어 외 6개 여행사 특별약관 시정 내용. 취소위약금 증빙 제공 및 차액을 환급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 '특별약관=취소수수료100%'?

 

23일 전북 군산시 미룡동 거주 김 모(남.27세)는 지난달 2일 여행비 100%에 달하는 해외여행 취소수수료를 청구 받고 산정 근거라도 알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앞서 김 씨는 신혼여행을 앞두고 한 여행사의 세부리조트 여행상품을 93만원에 구입했다가 갑작스레 위경련이 찾아와 신혼여행 출발 당일 여행을 취소했다.

 

상담원은 “특별약관이 적용돼 당일 여행 취소 시 여행요금의 100%가 부과된다”고 안내했다. 깜짝 놀란 김 씨 부부가 수수료 산정 내역을 알고 싶어하자 “저렴한 특가상품이기 때문에 특별약관이 적용됐고 부과 근거 내역도 공개할 수 없다”고 단박에 거절했다.

 

김 씨는 “수수료를 내는 소비자가 그에 대한 증빙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데 오히려 여행사는 소비자가 억지를 부린다는 식으로 대했다”고 비난했다.

 

고 모(남)씨 역시 하와이 신혼여행상품을 구입했다가 여행출발 20일을 앞두고 여행 취소를 요청하게 되면서 엄청난 취소수수료를 물어야했다. 여행사는 특별약관에 따라 표준약관보다 더 높은 취소수수료가 부과된다고 안내했다.

고 씨는 “특별약관에서 말하는 취소수수료는 부르는 게 값”이라며 “대체 무슨 기준으로 취소수수료 금액이 결정되는 지 소비자도 알 권리가 있다”고 항변했다.

 

◆ 해외여행 취소수수료 약관시정 그 후...업계 변화는?

취소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9월 업계1위 하나투어를 비롯한 7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뒤 취소수수료 부과 규정에 대해 시정 조치했다.

공정위 조사 당시 약관을 시정한 7개 여행사는 여행계약 취소로 발생한 실제 손해액이 아닌, 자신들이 입을 수 있는 손해의 최대치를 기준으로 최대 100%까지 취소수수료를 부과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하나투어, 인터파크아이엔티는 취소수수료 약관을 자진 시정했으며 다른 5개 여행사 역시 공정위 시정명령을 통해 ‘고객은 취소수수료 부과내역에 대한 증빙을 여행사에 요청할 수 있으며 여행사는 차액이 있는 경우 이를 환급할 수 있습니다’는 문언을 추가했다.

시정발표 3개월여가 흐른 지금, 약관 시정 여행사를 제외하고 빅4 여행사와 내국인 송객실적이 높은 5개 여행사를 조사한 결과 모두투어와 한진관광이 관련 약관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특별약관 취소수수료 부과 규정 역시 시정된 약관내용대로 여행상품 일정표에 함께 명시해두고 있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취소수수료를 물렸던 일부 여행사들이 약관을 시정한 것을 계기로 시정 명령을 받지 않은 다른 여행사도 동참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대다수 여행사가 약관 시정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약관 시정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인 여행사는 롯데관광개발, 노랑풍선, 여행박사, 참좋은레져 4개 여행사 등이다.

 

그러나 약관 시정여부가 불투명한 여행사도 여전히 남아있다. 빅4 여행사 중 하나인 자유투어는 약관 시정 계획에 대해 아예 답변주기를 꺼렸고, 지난 9월 내국인 송객실적이 13만3천800여명(4위 규모)으로 높았던 온라인투어는 “표준약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고 공정위 시정명령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약관 시정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는 시정명령에 그친 상태라 시정명령대상 외 다른 여행사까지 강제적으로 특별약관을 시정하게 할 수는 없다"며 "이번 시정조치를 계기로 관광진흥법 등 여행관련 법이 개정돼 제도화가 된다면 소비자는 투명한 취소수수료를 위해 자료 공개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취소수수료 산정 근거' 소비자 관심 필요

여행업계가 특별약관이 적용된 해외여행 취소수수료규정에 대해 검토단계에 들어선 만큼 소비자도 취소수수료 산정 근거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노랑풍선, 여행박사, 참좋은레져 등 주요 여행사가 특별약관 시정에 대한 검토단계에 들어섰지만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약관에 명시하기까지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취소수수료 산정 근거를 요구할 수 있고, 차액이 있는 경우 환급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표시되면 취소수수료 증빙내역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취소수수료약관 변경을 검토 중인 한 여행사 관계자는 “변경된 약관을 명시한다고 해도 유치원생을 가르치는 수준밖에 더 되겠느냐”며 “부당함을 느낀 소비자라면 당연히 취소수수료 산정 근거를 요청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달리 표시할 필요성이 없다고 밝혔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취소수수료 산정 근거를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았고 “사안에 따라 증빙자료를 꼭 제공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있지 않겠느냐”며 굳이 나서 설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챙기지 않을 경우 업체 측으로부터 먼저 상세한 설명을 받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

이와 관련, 공정위 측은 이번 시정조치를 통해 해외여행취소수수료에 대한 분쟁발생시 기준척도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취소수수료 부과 규정에 대해 시정 조치로만 그치지 않고 관광진흥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제도화시킨다면 소비자는 어떤 여행사를 통하든 상품 특성에 맞게 취소수수료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가 될 수 있다면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