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믿었다 차량 사고 덤터기
차량 사고 발생 시 내부에 장착된 블랙박스(차량운행 영상기록장치)만 믿었다 낭패를 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주기적으로 블랙박스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정상 작동이 확인된 후라도 사진 등의 다른 증빙자료를 챙겨두는 것이 안전하다.
23일 수원시 권선구에 거주하는 이 모(남.30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추돌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상대편 가해자가 자신의 과실을 순순히 인정하며 보험이 아닌 합의를 제안했고 이 씨는 자신의 차에 있는 블랙박스 기록 영상을 합의 진행시 보여주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블랙박스의 성능을 과신해 현장 사진이나 증인 확보 등 다른 증거자료를 챙겨두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올 6월경에 장착한 블랙박스에는 구입 후 2개월 동안의 영상만 기록되어 있을 뿐 최근 사고에 대한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당황한 이 씨는 블랙박스 제조업체에 문의한 결과 "고장이 확실하다"는 답변을 받게 됐다. 문제는 AS를 받더라도 사고시점의 자료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
이 사실을 눈치 챈 가해자 측은 이 씨에게 약속한 전액수리 대신 쌍방과실로 처리, 5대5로 비용을 부담하자고 태도를 바꿨다. 이 씨는 부당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해자 측의 제안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답답해진 이 씨는 블랙박스 제조사 측에 상황을 설명, 보상을 문의했지만 "제품의 비디오 촬영 오작동의 책임은 인정, 무상 AS하겠지만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씨는 “이런 사고를 대비해 블랙박스가 필요한 것인데 고장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됐다. 다른 증빙자료를 준비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지만 제조사 역시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 담당자에 따르면 “기계가 결함인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책임을 물을수 있겠지만, 블랙박스의 사용목적이 차량 사고내용 기록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그 점만을 들어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택시에 설치된 블랙박스의 경우 승객의 특정행동 관찰, 도난사고와 같은 차량 간의 사고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다수. 따라서 블랙박스 설치시 오직 충돌사고 관찰을 목적으로 계약을 이행했을 때에만 업체 측의 책임을 물을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블랙박스의 설치와 계약이 차량사고 관찰로 명백하게 정해졌다 하더라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시 다른 증거 자료를 남겨 놓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블랙박스의 고장 등에 대한 구체적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현재까지 마련된 것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강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