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홈쇼핑이 이런 허접 상품을 팔다니..
폭발하는 냄비 뚜껑, 마감 허술한 명품등 "이름값도 못해"
"배송된 제품을 보고 내가 혹시 중고제품을 구입했나 착각할 뻔 했습니다."
"일단 대충 보내 놓고 문제 있으면 교환해주면 끝이라는 이런 무책임한 대응에 할 말이 없네요."
유명 홈쇼핑업체들이 사전 검수도 하지 않은 채 상품을 마구잡이로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유명 대기업이 운영한다는 사실을 믿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허접한 제품 상태를 확인한 후 낙담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대형 홈쇼핑에서 구입한 제품의 품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입한 냄비의 뚜껑이 하루 만에 폭발하는가 하면, 고가의 명품 가방은 마감이 너무 허술해 짝퉁 의혹까지 일었다. 철저한 위생이 담보돼야 할 식품이 상한 채로 배송되는 등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홈쇼핑 제품의 특성상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어 업체에 대한 믿음과 쇼호스트의 안내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판매에만 급급해 제대로 사전에 제대로 확인조차 않은 제품을 막무가내로 판매하는 지금의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 5년간 5개 홈쇼핑(GS SHOP, CJ 오쇼핑, 우리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과 관련한 불만 접수 건수는 4만7천300건으로 년 평균 1만여 건에 달하는 수준이다.
◆ 프라이팬 뚜껑, 구입 하루만에 펑~ 폭발
23일 서울시 양천구 신월4동에 사는 이 모(여.31세)씨는 최근 주방기기의 폭발사고로 식겁했다.
이 씨는 지난 7일 현대홈쇼핑에서 냄비 4개와 프라이팬 1개로 구성된 세트상품를 약 10만원 대에 구입했다. 당일 배송된 상품을 살피던 중 프라이팬의 손잡이가 분리된 조립식이라 드라이버를 나사를 돌려 끼우려는 도중 강화유리로 된 뚜껑이 갑자기 폭발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더욱이 당시 집에는 7개월 된 이 씨의 아기가 함께 있었던 터라 그 놀라움은 더욱 컸다고.이 씨의 손과 다리 쪽에 상처를 입는 선에서 끝났지만 하마터면 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번 사고로 소파, 매트, 아기 장난감 등 거실 곳곳에 유리파편이 튀어 쓸고 또 쓸어도 여기저기서 유리조각이 나와 이 씨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씨는 “유명 홈쇼핑에서 믿고 구입한 제품인데 배송 당일 이런 끔찍한 사고가 발생해 놀랍다”며 “더구나 집에 아기도 있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프라이팬의 뚜껑부분이 제조과정에서 미세한 결함이 있었거나 배송 중 충격이 원인일 수 있다”며 “현재 업체가 제조물책임법 보험에 가입된 상태라 손해사정인이 방문해 보상부분에 대해 조율 중에 있다”고 말했다.
◆ "이렇게 허접한 가방이 명품이라고?" 소비자 뿔
인천 중구 송월동에 사는 전 모(여.31세)씨는 최근 홈쇼핑에서 구입한 가방을 두고 '짝퉁 의혹'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1월 25일 CJ오쇼핑에서 명품 브랜드 구찌 가방을 145만원에 구입했다. 평소 갖고 싶었던 가방이라 믿을 수 있는 홈쇼핑이란 판단으로 구매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며칠 후 배송된 가방을 찬찬히 살펴본 전 씨는 깜짝 놀랐다. 가방의 상태가 '짝퉁'이란 의심이 들 정도로 조악했던 것.
가방 금속의 고리부분은 뻑뻑한데다가 오래된 상품처럼 고리부분에 하얀 먼지까지 끼어 있었다. 또한 가방끈 부분에 스크래치가 발견됐을 뿐 아니라 박음질한 부분 실의 올이 튀어나와 있는 등 허술한 마감상태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화가 난 전 씨가 고객센터로 전화해 “가방상태를 보니 진짜 명품 같지 않다”며 반품을 요청하자 상담원은 “진짜 명품은 맞으나 수입 시 불량제품이 있을 수 있다”고 태연히 대답했다.
전 씨는 “백만 원이 넘는 고가의 가방을 팔면서 제대로 검수조차 않고 판매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홈쇼핑이라 믿고 명품을 구입한 것인데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CJ오쇼핑 관계자는 “병행수입을 통해 들여오는 제품으로 보통은 모든 제품을 일관 검수하는 '전수조사'를 하는데, 명품의 경우 고가라 박스를 오픈할 수 없어 전수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보니 간혹 이 같은 박음질 불량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문제가 있을 경우 100% 환불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침구세트, 재활용 수준?
경남 하남시 신장동에 사는 이 모(남.43세)씨는 GS SHOP에서 구입한 침구세트 때문에 애를 먹었다.
이 씨는 지난 8월 목화워싱 침구세트를 8만8천900원에 구입했다. 얇은 여름이불 2개와 베개를 본 구성으로, 앞치마와 주방용 장갑을 사은품으로 주는 상품이었다고.
이튿날 물건을 배송받은 이 씨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진 택배박스가 온통 찢어진 채로 도착한 것.
화를 누르고 박스를 개봉한 이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돈을 주고 구입한 새 제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상태의 제품이 배송된 것. 마치 재활용 수거함에서 갖고 온 듯한 퀘퀘한 냄새는 물론 이불 곳곳에서 헤지고 보풀이 생긴 데다 심지어는 구멍이 생긴 곳도 발견됐다.
이 씨는 “대형 홈쇼핑에서 이런 허접 상품을 버젓이 돈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며 “사은품 등을 내세워 판매만 늘이지 말고 본품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하지 않냐”며 화를 금치 못했다.
이에 대해 GS SHOP 관계자는 “구멍까지 생긴 걸 보니 잘못된 상품을 보낸 것 같으니 일단 수거 후 원인을 파악 해보겠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