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김태영, 200조 지주사 출범 앞두고 중대 기로

[기획시리즈-금융지주사가 뛴다]⑧농협은행..자금문제 관건, 막강영업력 승부

2011-12-23     임민희 기자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사업구조개편(신용․경제사업 분리)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올해 3월 국회에서 통과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내년 3월부터 농협중앙회에 농협경제지주회사와 농협금융지주회사라는 2개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다.

특히, 총자산 223조원 규모로 출범하는 농협금융지주사는 우리․KB․신한․하나금융지주와 더불어 '빅5'로 도약할 수 있다.


(왼쪽부터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김태영 신용부문대표)

하지만 정작 정부 지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시행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는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을 2017년부터 자력으로 시행토록 하는 내용의 '농협법 재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농협 측도 현재 사업구조개편 작업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농협법 내용이 개혁과는 거리가 멀고 사업추진비 등의 현실적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졸속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어 이를 주도했던 최원병 회장과 김태영 신용부문대표가 향후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농협이 내년에 지주사로 원만하게 출범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따라 이 두 최고경영자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최원병-김태영, 어떤 위기 대응책 내놓을까

올해 3월 신경분리를 골자로한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농협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듯 했다.

명실공히 자산 200조원대의 금융지주사의 탄생, 신경분리를 통한 농업개혁 기틀 마련 등의 평가와 함께 이를 주도했던 최원병 회장과 김태영 신용부문대표의 조직 내 입지도 더욱 강화됐다.

최 회장은 지난 2007년 농협중앙회 4대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동문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12월 농협법 개정을 계기로 조합원들의 신망을 얻었고 올해 3월 신경분리 등의 사업구조개편 추진에 대한 정치권의 동의를 이끌어내면서 연임에 성공했다.

김태영 대표는 지난 2008년 농협신용부문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된 후 차세대 뱅킹시스템인 신용신시스템과 독자 카드시스템 구축, 영업네트워크 강화 등에 기여해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또한 최 회장을 도와 농협법 개정을 주도하면서 내년 금융지주사 출범시 '초대 CEO 0순위'로 떠올랐다.

최 회장과 김 대표는 지난 4월 해킹에 의한 사상 초유의 전산대란이 발생했을 때도 금감원의 징계대상에서 제외되는 수혜를 누렸다.

당시 금감원 측은 농협중앙회 정보기술(IT) 부문이 신용부문과 분리 운영되고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징계를 면해 줬던 것.

이런 상황에서 현 경영진의 핵심 공적으로 평가받던 농협법 개정 작업이 다시 삐걱거리면서 농협 측을 당혹케 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구조개편 시행시기 연기 무게, 농협 대응책에 촉각

농협법의 핵심내용인 신․경분리를 위해서는 총 27조2천억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농협이 보유한 자본금(15조원) 외의 나머지 12조원 중 정부가 6조원을 지원키로 했다가 '이자보전'으로 말을 바꾸면서 사실상 농협이 이를 모두 차입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결국, 정부지원이 무산되면 농협은 11조원의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때문에 농협법 시행을 두고 내부 반발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농협 경영진 측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가열되자 정치권에서는 사업구조개편 시기를 2017년으로 연기하는 '농협법 재개정'을 검토 중이다.

농협 관계자는 "원래대로라면 내년 3월부터 사업구조개편 체제로 전환해야 하지만 정부의 자금지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국회에서 농협법 재개정을 논의 중이어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사업구조개편 시기가 정해지지 않아 사실 내년 경영전략도 세우지 못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농협 사업구조개편 연기와 더불어 '농업개혁'이란 본래 취지에 맞게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향후 농협의 앞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농협 사업구조개편 시기가 연기되거나 정부지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농협은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현 경영진의 입지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농협이 우여곡절 끝에 금융지주사 전환에 성공할 경우 막강한 영업기반을 토대로 시중은행들과 영업대전에 나설 수 있다.

농협은 수도권과 농어촌에 이르기까지 전국 영업점 1160여개를 보유하는 등 탄탄한 영업력을 기반으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4621억원을 기록 중이다.

9월말 현재 총여신 147조원, 총수신 143조8천억원, 총자산 202조4천억원이다. BIS자기자본은 16조원, BIS자기자본비율은 15.63%로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