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재원 부회장 구속, '꼬리 자르기'인가 '형제애'인가?
공금 횡령 선물투자로 SK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가운데 갑작스런 혐의 시인을 두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9일 구속된 최 부회장이 갑자기 혐의를 시인하며 형인 최태원 회장의 관여사실을 부인한 행보를 두고 '꼬리 자르기'냐 '형제애'냐는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는 것.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재원 부회장은 검찰이 최태원 회장 소환조사 움직임을 보이자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이에 따라 혐의를 전면 부인한 최 회장은 불구속기소 될 가능성이 커졌다. SK에 있어 최악의 경우는 피한 셈이다.
그간 형제가 연루된 사건에서 모두에게 구속수사 처분을 내린 경우가 많지 않고, 최 회장의 경우 이미 2003년 한 번 구속된 적 있다.
SK그룹 내부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회장의 구속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 유지를 위해 최 부회장이 책임을 지는 소위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공금 횡령 선물투자는 최 부회장의 주머니가 빈 탓에 일어났을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로 최 부회장은 SK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이 없다. 현금도 없어 부득히 '한탕'선물 투자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돈이 없기로는 최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SK그룹이 사회적 기업 설립 방식으로 공헌 활동을 벌이겠다는 방침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사촌인 SKC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 등 계열사 지분매입 움직임으로 계열분리 야심을 보이자 최 회장 형제가 자금에 대한 갈증이 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형제간 묵계가 있었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최 부회장이 SK그룹 18개 계열사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천800억원 가량 중 1천억원을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500억원은 최태원 회장의 선물투자를 담당한 전 SK해운 고문 출신 김원홍 씨에게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재계의 비운아인 최 부회장이 스스로 '형제애'를 발휘해 모든 책임을 지고 희생양이 됐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분도 돈도 없는 최 부회장은 이번 구속으로 재기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최 부회장은 고 최종현 회장의 차남으로 최태원 SK회장의 3살 아래 동생이다. 그간 탁월한 경영능력을 지녔음에도 형의 그늘 아래서 꽃 피울 만하면 굵직한 사건사고에 휘말려 꺾인 비운의 오너다.
지난 1998년 8월 최 부회장은 가족회의에서 고 최종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이 많지 않아 '뭉쳐야 산다'는 최 회장과의 묵계 속에 상속포기 각서를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신세기 통신을 인수의 주역을 맡는 등 5년간 가파른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여파로 최태원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자 최 부회장 역시 오너경영 종식 취지로 사임을 결정 했다.
'꼬리 자르기'이건 '형제애'였던 최 부회장의 혐의 시인과 형에 대한 혐의 부인으로 최 회장은 살아남고 SK그룹의 오너 공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