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진단받았는데 처방전엔 천식, 보험 적용될까?

2012-01-02     임수영 기자
작은 감기까지 보장해준다는 다이렉트 어린이보험. 그러나 병원에서 표면적으로 감기 진단을 받았어도 세부적인 '질병사인분류(폐렴, 천식 등)'에 따라 보험 혜택을 받지 못 할 수도 있어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2일 서울 금천구 시흥4동에 사는 오 모(여.35세)씨는 지난해 5월 흥국생명 우리아이사랑보험에 가입했다.

홈쇼핑 방송을 통해 이 상품을 접하게 된 오 씨는 가입 전 아이가 감기로 병원 치료받았던 사실을 고지하며  꼼꼼히 확인한 후 가입했다. 당시 상담사는 병원치료를 받게 될 경우, 처방전만 보내면 3일 내에 보험금이 지급 된다고 안내했다.

가입 후 오 씨의 아이가 치료를 받게 돼 처방전을 흥국생명 측으로 보냈다. 

며칠 뒤 오 씨는 흥국생명 심사팀 직원으로부터 아이가 병원을 다니고 있을 때 보험에 가입한 게 아닌지, 즉 고지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됐고 화가 난 오 씨는 이미 다 고지했으니 녹취 기록 확인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그 뒤로도 심사팀 직원은 수차례 전화해 외부 심사를 위해 확인해야 할 것이 많으니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오 씨는 홈쇼핑 광고 내용처럼 보험금이 바로 지급되기는 커녕 외부 심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심사팀 직원은 “약관 상 명시되어 있다”는 주장만 내세울 뿐이었다.

그렇게 흥국생명와 실랑이를 하던 중 오 씨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오 씨가 제출한 처방전에 기재된 아이의 질병이 감기가 아닌 폐렴과 천식이라 보장 받을 수 없다는 것.

오 씨는 “아이가 기침을 많이 해 병원에 데려갔고 당시 의사로부터 '감기'라고 진단 받았다”며 “홈쇼핑 광고와 달리 보험금 신청 후 외부 심사를 적용시키는 등 이렇게 까다로울 지 몰랐다”며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처방전에는 통상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기재된다”며 “이 소비자의 경우 J15.9(상세불명의 폐렴), J20.9(급성기관지염), J30.4(알레르기성비염), J45.9(상세불명의 천식)에 해당하는 코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 단순 감기 시 기재되는 기관지염, 비염과 달리 만성질환인 폐렴, 천식은 보험인수 시 중요한 사항”이라며 “보험약관 제42조에 기재된 가입자의 고지의무와 관련해 의료기관 등에 대한 조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외부 심사 적용 이유에 대해 해명했다.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보험 가입 전 고지한 내용은 단순 감기이나 현재 청구된 병명은 천식, 폐렴 등으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병명”이라며 “보험 가입 후 5개월 만에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 시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합리적 사유가 있어 보험업법 및 약관에 따라 반송 처리했다”고 전했다.

반면 오 씨는 “병원에서 감기라고 진단을 내렸고 이에 대해 당연히 의심하지 않았다. 과연 보험 가입자 중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홈쇼핑 방송에선 제대로 안내도 않고 고객이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허점을 노려 약관만 내세우는 행태”라고 분개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병원 진단만으로 보장 대상이 되는지 소비자가 모를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보험사도 처방전에 적힌 내용 외엔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추후 소비자가 보험금 재청구할 시 가입 전 고지의무 위반에 대해 확인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10영업일 이내에 보험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