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우물 안 4마리 황소 개구리'
국내에선 큰소리 뻥뻥… 해외 나가면 '고개 숙인 남자'
2007-07-14 헤럴드경제 제공
국내 완성차 모델 중 수출 꼴찌 4개를 꼽으면 단연 에쿠스, 체어맨, SM5, SM7이다. 6월 한 달만 봤을 때 가장 적게 수출된 모델은 르노삼성차의 SM7으로 5대가 고작이다.
국내 완성차 중 수출 꼴찌 에쿠스 체어맨 등의 바로 아래는 쌍용차의 체어맨으로 20대다. 국내에서는 꽤 팔리고 있는 이들 차량이 해외에서 팔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성능이나 품질에서 맥을 못추는 것인지, 아니면 그 나름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달 말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6월 에쿠스는 151대, 체어맨은 28대, SM5 218대, SM7은 40대가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차 모델 중 그렌저TG가 6월까지 모두 2만12대, 오피러스는 4274대가 수출된 것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난다.
▶에쿠스 수출 151대=현대차의 에쿠스는 지난 1~6월 모두 151대가 수출됐다. 6월에만 39대다. 지난 2006년 한 해동안 모두 334대 수출한 게 전부다.
일단 현대차의 최고급 승용차 에쿠스의 최대 수출시장은 중국이다. 2006년 수출된 334대 중 261대가 중국으로 팔렸다. 두번째로 큰 시장은 29대가 팔린 중동이다. 나머지는 2~3대씩 전세계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올해 들어도 마찬가지다. 151대 중 중국이 대부분이고, 중동 등 기타 국가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
그나마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중국 소비자들이 국내 소비자들과 비슷해 검정색 외관에다 크기가 꽤 되는 차종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동 지역을 제외한 국가로 수출되는 차량의 대부분은 의전용이거나 재외공관용 차량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에쿠스는 개발 초기부터 해외수출보다 내수용으로 개발된 차량”이라며 “향후 개발될 제네시스(BH)가 대형차 중 전략적으로 해외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고 말했다.
▶SM7은 40대 수출= 프랑스 르노그룹의 지휘하에 있는 르노삼성차. 주력 차종은 SM 3, 5, 7 등이다. SM3는 다양한 국가로 수출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SM5, SM7은 해외에서는 전혀 맥을 못춘다.
일단 SM3는 올 6월까지 모두 2만5381대가 수출됐다. 다만 ‘르노삼성차’ 브랜드가 아닌 ‘닛산’ 브랜드라 아쉽다.
이에 반해 SM5는 올 6월까지 모두 218대를 수출했다. SM7은 6월까지 40대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르노삼성차는 SM5, SM7의 수출을 늘리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상호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간섭(干涉)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르노삼성차는 오로지 ‘칠레’에만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칠레 수출 증대는 한ㆍ칠레간 FTA 효과도 있었다”며 “최근 칠레시장에서 르노삼성차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8대 수출한 체어맨=쌍용차는 2006년 한 해동안 모두 238대의 체어맨을 수출했다. 올 6월까지는 28대를 수출했다. 올 6월까지 국내에서만 5307대를 판매했던 체어맨이 해외에서는 왜 이렇게 약할까.
체어맨 개발 당시 벤츠와 기술제휴를 하면서 체어맨을 서유럽 국가로 수출하지 않기로 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출시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어맨은 아프리카의 르완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 등의 국가에서 국제협력단 의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아제르바이잔 등에서는 대사관 및 공관용으로 사용된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