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대한생명 사명변경 계속 막아 눈총
2012-01-02 임민희 기자
예보가 대한생명 지분을 언제 매각할지 기약할 수 없는데다 '사명변경'도 요원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예보의 대한생명 발목잡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됐던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의혹과 관련, 지난해 7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헐값 매각 논란'이 일단락 됐지만 예보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한생명은 동양생명 인수 등을 통해 자산 확대 및 영업력 강화에 본격 나서고 있지만 사명변경 좌절 등 예보에 의해 번번이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2년 예보가 보유하고 있던 대한생명 지분 51%를 인수한 후 '고유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사명을 그대로 사용해오다 그룹계열사간 통합시너지를 위해 '한화생명'으로 사명변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예보는 대한생명이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사'라는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차원에서 굳이 사명을 변경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0년 10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당시 불거졌던 특혜시비 및 불법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청구를 제기, 감사원이 재감사에 착수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매각 과정에서 8000억원 가량이 누락됐으나 헐값 매각으로 보기 어렵다"며 "8000억원이 누락된 것은 예금보험공사의 가치 산정 과정에서 오류가 난 것"이라고 최종 감사 결과를 밝혔다.
한화그룹은 공적자금 3조5000억원이 투입된 대한생명을 2002년 당시 기업가치인 1조6150억원에 해당하는 지분 51%를 8236억원에 매입하면서 특혜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감사원의 재감사를 통해 당시 매각을 주관했던 예보와 공자위 등이 주의조치를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예보는 여전히 사명변경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예보는 대한생명 상장 이후 주가하락 등으로 매각 시기를 미뤘으나 최근 주가가 7400원대로 공모가(주당 8200원)에 근접하면서 지난달 22일 매각 논의를 재개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브랜드 통합과 시너지 창출 등을 위해 사명변경을 추진했지만 2대 주주인 예보에서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예보 관계자는 "대한생명의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현재로선 사명변경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대한생명 지분 매각 문제를 논의한 것은 맞지만 매각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생명이 동양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며 "지분 인수는 이사회에서 논의할 사항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예보에서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대한생명 주가 급락과 매각과정 의혹 등의 문제들이 해소됨에 따라 공자위가 내년부터 예보가 보유 중인 대한생명 지분 24.75%(2억1496만주)에 대한 매각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