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칼바람 몰아친 현대그룹, '현정은의 남자들' 급부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이 가속화되면서 '현정은 남자들'의 부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그룹은 올해로 취임 9년차를 맞는 현 회장이 현대건설 또는 현대중공업 출신의 임원들을 최근 자신의 측근들로 교체하면서 매년 대대적인 인사 칼바람이 불었다. 또 그룹이 경영권 분쟁과 대북사업, 현대건설 인수전과 같은 여러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일부 대표이사들의 입지도 휘둘려 비교적 짧은 수명밖에 다하지 못했다.
3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현 회장의 최 측근이었던 김성만 현대상선 부회장이 고문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던 하종선 현대그룹 사장(전략기획본부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경영 일선을 떠났다.
김성만씨가 지난해 초 현대상선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가 고문으로 바뀐 점을 고려할 때 하 사장도 실제 경영 일선을 떠난 셈이다. 하 사장이 영입한 진정호 상무도 현대상선에서 퇴임해 현대건설 인수 실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 부회장은 현 회장이 2008년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전격 영입했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이 지난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화해의 손짓을 계속하는 가운데 현대건설 인수전으로 현대차와 날을 세웠던 하 사장이 부담스러웠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하 사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 UCLA 법학석사 출신 M&A 전문 변호사로 현대자동차 상임법률고문(1886~1995년)과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1996~2000년) 등 현대자동차그룹, 현대해상그룹, 현대그룹을 두루 거쳤다.
하 사장이 2009년 영입한 삼성물산 출신의 진 상무도 지난해 12월 말 현대상선을 그만뒀다. 진 상무는 삼성물산 전략기획본부, 마이어자산운용 등을 거친 투자 전문가로 현대건설 인수전의 실제 현장을 뛰었다.
이로써 현대건설 실패는 관련 인사의 퇴임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린 셈이다.
현대상선은 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김성만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이석희 사장시대가 본격화 됐다. 이 사장은 1983년 현대상선에 입사해 구주본부장, 컨테이너영업본부장을 역임하고 오래도록 회사를 떠났다가 지난해 현대상선 각자대표로 경영에 복귀했다.
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현대상선은 현대건설 출신인 김충식(1999~2001년) 사장, 노정익(2002~2008년) 사장이 각각 현대상선 출신인 장철순(2001~2002년)부회장, 현 회장의 집안 사돈인 김성만(2008~2011년) 부회장으로 교체됐다가 이번에 이석희 사장에 바톤을 물려줬다.
특히 노 전 사장은 정씨 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으나 현대그룹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임기를 1년여 앞두고 돌연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현대그룹의 양대 주력 계열사인 현대증권도 현 회장 체체 구축이 한창이다.
현대증권은 2003년 퇴임한 이익치 전 회장에 이어 2007년 김중웅 회장이 취임하기까지 홍완순(2000~2002년)사장, 조규욱(2002~2003년)부회장, 김지완(2003~2007년)사장 등 3명의 대표이사를 거쳤다.
김 회장은 당시 증권업 현장 경험 없이 현대경제연구원장에서 곧바로 현대증권 회장에 올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재무부 금융정책과장, 한국신용정보 사장을 거쳤다. 후임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2008년 4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올해 5월29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U&I(현 현대글로벌), 현대아산은 임원 임기가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됐던 케이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건설 출신인 최용묵 전 사장이 2001년부터 2007년 3월 임기만료로 사임할 때까지 비교적 무탈했다. 최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2006년 KCC와의 경영권분쟁이 일자 최 사장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앞세워 '현대그룹의 도우미'를 자처할 정도로 현 회장의 신뢰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를 이어 임기 3년의 대표이사에 올랐던 송진철 전 현대엘리베이터 사장도 현대건설 출신이었다. 지난해 초 임기만료로 송 전 사장이 물러나고 현대그룹 출신이 아닌 한상호 오티스엘리베이터 전무가 취임하면서 비로소 현 회장 체계가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현대아산도 김윤규(1999~2005년)부회장, 윤만준(2005~2008년)사장에 이어 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경작 사장이 2010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무엇보다도 장 사장은 지난해 말 현 회장과 함께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방북일정에 오르면서 중단됐던 대북사업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대U&I에서 지난해 8월 분할 존속된 현대글로벌은 경영권 분쟁으로 잠잠한 날 없는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를 대신해 현대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오르는 핵심 기업이다.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가 최대주주다.
현대글로벌은 현 회장의 측근들인 최용묵, 전인백, 이기승 대표가 3년의 임기를 차례로 채웠고, 지난해 8월부터 현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직속체제로 바뀌었다. 이기승씨는 새롭게 신설된 현대유엔아이 대표이사를 맡아 현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