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삼성운용사장 '머피의 법칙' 결말은?
김석 사장과 박준현 사장의 뒤바뀐 운명..향후 행보 관심
삼성증권 김석 사장과 삼성자산운용 박준현 사장의 ‘뒤바뀐 운명’이 새해 벽두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삼성그룹이 정기 인사에서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를 맞바꾸면서 두 최고경영자의 엇갈린 운명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도그럴것이 지난해 상반기까지의 상황을 보면 당시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을 비롯한 증권사 사장들이 자문형 랩 어카운트를 갖고 크게 히트칠 때 김석 사장이 이끄는 삼성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업계는 회사 경영에 큰 애를 먹어야 했다.
랩 상품쪽으로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쏠리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펀드에서는 자금이 크게 이탈했고 이 때문에 한동안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영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 이에 급기야 자산운용사들은 금융당국에 증권사들의 과도한 랩 영업을 규제해 줄 것을 요청했고 금융당국도 증권사들의 랩 광풍에 제동을 걸고 나섰을 정도로 증권사와 운용사의 기싸움은 생존이 걸린 문제로까지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도 주가가 급락하면서 소수의 종목만을 편입해 운용하던 랩 상품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더불어 한동안 증권사 경영의 효자노릇을 하던 랩상품이 어느순간부터 애물단지로 전락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연말 삼성그룹이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랩 열풍때문에 한동안 고전했던 김석 자산운용사장을 삼성증권사장에 임명하고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을 자산운용사 사장으로 이동시키면서 이들의 엇갈린 운명은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묘하게 대비되기 시작했다.
우선 김석 사장의 경우 덩치가 큰 삼성증권 사장으로 영전하긴 했지만 지난해 박준현 사장이 주도했던 랩 상품의 효과는 더이상 누리기 힘든 상황이 됐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크게 위축된 랩 상품의 수익률이 더 떨어지거나 랩 부문에서의 자금이탈이 더 늘어날 경우에 생기는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박준현 사장은 비록 덩치가 작은 자산운용사 사장으로 내려 앉긴 했지만 자신의 주도로 이뤄졌던 랩 열풍이 시들해지고 다시 펀드쪽으로 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운용사를 맡게 되는 행운(?)을 안게 된 것이다. 만약 증권사의 랩 열풍이 지금까지 계속되는 상황에서 박 사장이 자산운용사 사장으로 내려왔다면 그는 자신이 주도한 랩열풍때문에 스스로 고전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박준현 사장과 김석 사장의 자리바꿈이 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이둘 두 최고경영자가 새로 맡은 자리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953년생인 삼성자산운용 박준현 사장은 1979년 삼성생명에 입사, 재무기획 팀장과 자산운용팀장을 거쳐 2003년 자산운용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박 사장은 2008년 6월 삼성증권 사장으로 취임해 2010년 증권업계에 자문형랩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1954년생인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비공채 출신으로 1994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재무담당 이사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1998년 삼성구조조정본부 상무를 지내고 2002년 삼성증권 법인사업부 본부장(전무)를 거쳐 삼성카드 영업본부장(부사장), 삼성증권 IB 사업본부 부사장을 지냈다.
삼성그룹 측은 박준현 사장이 자산운용 업무에서 역량을 발휘한 점과 김석 사장이 삼성증권 재임시절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한 점이 이번 인사이동에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준현 사장과 관련한 ‘머피의 법칙’ 거론되고 있다. 박 사장과 관련해선 지난 2009년 설립한 홍콩법인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ELW부당거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등 악재가 잇따랐다. 여기에 삼성증권이 주력해온 랩 어카운트 등 자산 관리 부문이 시장 상황악화로 부진한 실적을 보인 점도 두 회사의 수장 교체에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삼성증권의 자문형 랩 어카운트 잔고는 지난해 3월 말 3조50억원에서 12월 말 2조3천억원으로 7천50억원 가량 줄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박준현 삼성자산운용사장과 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새로운 자리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두사람의 평판도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현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올해 주식 운용성과 제고와 채권운용 성과 안정화에 주력하고 주식형 시장확대, ETF 등 성장 유망시장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의 경우 고객기반 확대와 수익성 극대화를 경영전략으로 내걸고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박준현 사장은 금융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안목과 전문성을 높게 평가받아 운용사 수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수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김석 사장은 랩어카운트의 효과가 사라진 상황에서 박 전 사장과는 완전 다른 전략으로 삼성증권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