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에어백 안터져 중상 '법원도 헷갈리네'
항소심서 "국내 재판관할권 있다" 1심 판결 뒤집어
2007-07-19 백상진 기자
A씨는 2002년 벤츠 승용차를 몰고가다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측면 충돌했고 왼쪽 에어백은 터졌지만 전면 에어백은 터지지 않았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지 않았던 A씨는 앞으로 튕겨져 나가 중상을 입었고 벤츠 제조사인 독일의 다임러 크라이슬러사를 상대로 제조물 책임을 묻고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는 "벤츠의 전면 에어백이 작동했어야 하는데도 제조상 결함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크라이슬러사는 "대한민국 법원은 이 사건 소송에 있어 재판관할권이 없다"고 맞섰다.
A씨가 몰고 다니던 벤츠는 크라이슬러사가 미국 수출용으로 만들어 판매한 차였고 A씨가 이 차를 구입한 회사와 크라이슬러사 사이에는 수출이나 판매 계약이 맺어져 있지 않아 이 차가 어떤 경로로 국내에 수입됐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였다.
1심은 "제조자가 손해발생지에서 사고가 발생해 그 지역의 외국 법원에 제소될 것임을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제조자와 손해발생지 사이에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적용한 결과 국내 재판권이 없다고 판단해 2005년 12월 소송이 부적법하다는 각하 판결을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8부(김창석 부장판사)는 같은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면서도 "크라이슬러사가 1985년 한성자동차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벤츠를 판매해왔고 2003년부터는 별도 법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를 설립해 벤츠를 판매ㆍ광고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크라이슬러사가 대한민국 내에서 사고가 발생해 법원에 제소될 것임을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1심과 다르게 판단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제조상의 결함으로 인해 전면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는지 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지만 "제조물 책임이 불법행위 책임에 해당하는 이상 제조자와 손해발생지 사이의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 여부가 일반적ㆍ추상적으로 결정돼야 하고 제조물의 취득 경위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법원에 이 사건의 재판관할권이 없다는 크라이슬러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