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사칭에 깜빡 속아 '카드깡' 폭탄 맞고 빚덩이 신음

2012-01-11     임수영 기자

서민 경제난을 이용한 불법금융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 관계자를 사칭한 고금리 카드깡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본지에 접수됐다.

카드깡이란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융통을 가리키는 말로, 실제 물품의 판매나 용역의 제공 없이 신용카드에 의한 거래를 가장해 허위 매출을 발생시킨 뒤 이를 현금으로 융통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카드사는 카드깡은 본인이 직접 카드번호 및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줘 발생하는 것이므로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경기 화성시 진안동에 사는 박 모(여.38세)씨는 L카드 결제 금액 연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L카드 관계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카드 연체금을 한 번에 상환할 방법이 있다는 안내에 다급했던 박 씨의 귀가 번쩍 뜨였다.

카드 관계자는 박 씨에게 700만원 가량의 카드 연체금을 18개월 할부로 나눠 결제한 뒤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통장 이체시켜 주겠다며 박 씨의 카드번호와 카드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박 씨는 카드사 관계자니 안심하라는 말에 결국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최초 안내 전화를 받은 뒤 3일 만에 이뤄진 과정이었다.

그러나 며칠 뒤 박 씨의 통장에 입금된 금액은 511만원. 카드 결제한 원금 700만원에서 190만원 가량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과도한 수수료에 놀란 박 씨는 L카드 관계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결제를 취소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반복되더니 나중엔 전화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고.

그제야 자신이 카드깡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게 된 박 씨는 카드 내역을 통해 700만원 가량의 물품을 구매한 쇼핑몰에 연락해 결제 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환불할 물품이 없으니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카드사 역시 쇼핑몰에서 결제 승인을 취소하지 않으니 딱히 방법이 없다는 입장.

결국 박 씨는 700만원 카드 결제에 190만원 이자, 거기다 18개월 할부 결제에 따른 할부이자까지 물어가며 ‘빚 폭탄’을 떠안게 됐다.

박 씨는 “L카드사 관계자라기에 재차 확인 후 믿었는데 사칭 업체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본인 명의로 결제했는데도 취소가 안 되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L카드 관계자는 “제 3자에게 카드번호, 비밀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본인이 스스로 알려주고 결제한 것이기 때문에 사고접수 및 보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불량매출 적발 시스템 모니터링을 통해 현금융통 승인거래로 추정 되는 건에 대해 직접 확인한 뒤 불법매출임을 소비자에게도 설명했다”며 “소비자와 가맹점에 대해 한도조정과 거래정지 등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카드깡 피해 사례에 대해 관계자는 “카드깡은 빚을 갚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불법수수료로 인해 갚아야할 채무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된다”며 “카드깡을 받은 자는 금융질서문란자에 등재돼 5년간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게 되므로 절대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 자료에 의하면 카드깡 사실이 적발될 경우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돼 금융기관과의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하게 될 수 있다. 또 신용카드 거래정지 및 한도가 축소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카드깡을 한 업자는 여신금융업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