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도 '고졸 신화' 주인공 나오려나?

2012-01-12     윤주애 기자

고졸 취업이 화두가 되면서 대표적인 제조업종인 조선업계에서도 '제2의 라응찬' 등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최근 대기업들이 고졸 출신의 생산직 사원도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제도를 뜯어고치고 있지만, 현재 탄생한 임원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2012년 정기임원인사 시즌을 전후로 숫자가확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소위 빅4를 통털어 현직에 있는 고졸 출신 임원들은 대략 1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들은 상무나 상무보급에 올랐지만 대부분 생산 및 제조 현장직에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월 말까지만 해도 4명의 고졸 출신의 상무급 임원들이 재직했다. 사외이사나 감사이사를 제외한 상무보급을 포함한 임원 227명 중 고졸 출신 비율은 1.76%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1명의 임원이 퇴사하면서, 기존 전체 임원수를 대비시켰을 때 고졸 출신 임원의 비율은 1.32%로 낮아졌다.

삼성중공업은 전체 104명의 임직원 가운데 5명(4.8%)이던 고졸 출신이 최근 2명(1.9%)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임원이 된 이들 중 고졸 출신이 승진한 사례는 1건도 없었다.

STX조선해양도 사정은 마찬가지. STX조선해양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임원 59명 중 고졸 출신은 1명(1.72%)에 그쳤다.

조선업계에서 고졸 출신 임원 비율이 그나마 높은 곳은 대우조선해양으로 조사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원 58명 중 4명(7.14%)이 고졸 출신이다. 그 중 인사2그룹리더를 맡고 있는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임원들은 해양의장 및 가공그룹 등에서 일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고졸 인재에게 임원 승진의 길을 터주며 사관학교까지 만들 정도로 열성이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전국 약 2천여개 고등학교에 직접 채용설명 편지를 보냈고, 올해 1월5일 경남 옥포조선소에서 '중공업 사관학교' 1기생 104명의 입학식을 갖기도 했다. 이들은 용인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12일부터 거제조선소에서 본격적으로 중공업 전문가가 되는 맞춤형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고졸 출신 임원들은 대부분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는등 신분이 밝혀지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A조선업체 홍보팀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졸보다 대졸 이상의 학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실명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조선업체 관계자도 "솔직히 과장이나 직원이면 모르겠지만 임원이어서 굳이 언론을 통해 고졸 출신임을 밝히는걸 원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계가 우수 고졸 출신의 인재들을 뽑고 있지만, 임원에서 사장(CEO)까지 오르려면 학력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을 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은 사업보고서 등에서  상무보급부터 임원들의 프로필에 학력을 표시하고 있는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등기임원을 제외하고 학력란을 별도로 표기하지 않고 있다"며 "사내에서 학력사항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기업문화부터 바꾼다면 고졸 신화의 주역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