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내수기업' 옷벗기 성공, 수출기업 입지 '우뚝'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검찰수사로 고전했던 2011년을 뒤로하고 신년을 맞아 글로벌 경영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최 회장은 연간 19조원이라는 사상최대 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곧 바로 2012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어 올해를 '글로벌 성장의 원년'으로 삼으며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SK C&C에 성장기획본부를 신설하고 해외사업을 강화키로 했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면모를 우뚝 세우고 있다.
◆ 글로벌 경영 박차…125명 임원인사
SK그룹은 최근 2012년도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됐다. 검찰수사 여파로 지난해보다 20일 정도 늦었지만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교체는 없었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등은 유임됐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워커힐 사장이 SK M&C 사장으로, 김세대 SK네트웍스 프레스티지 마케팅컴퍼니 사장은 워커힐 사장으로 전보 발령되는 등 신규 선임 69명을 포함해 모두 125명의 임원인사가 이뤄졌다.
SK C&C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성장기획본부’를 신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법인과 중국법인 등 주요 해외 법인과 투자회사를 ‘CEO 직속조직’으로 재편하는 한편 아제르바이잔, 싱가폴, 콜롬비아 등에 해외지사를 설립해 글로벌 신성장 사업 실행력을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경영지원부문과 기업문화부문을 통합한 ‘Corporate Center’를 신설하고, 조영호 SK C&C 경영지원부문장 겸 기업문화부문장을 책임자로 선임했다.
SK그룹은 또 계열사별로 중국, 중남미, 중동, 동남아 등 사업 개발을 전담하는 조직과 인력 체계를 마련하는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특히 SK그룹 전 계열사에서 '전무, 상무, 부장, 차장, 과장, 대리' 등 기존 직급이 없어졌다. 대신 '매니저, 팀장, 실장, 본부장, 부문장, 그룹장' 등 직무 체계로 바꾸며 직무 기반의 임원인사체계를 도입했다.
이미 SK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SK홀딩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이 직무 기반 인사체계를 시행해 오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6년 10월부터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직급체계를 폐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임원 인사 규모는 지난해보다 크지만 부회장단을 신설하고 사장 10명을 신규 보임한 지난해에 비해 변동이 적은 보수적 인사”라며 “글로벌 성장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그룹 안팎에서 우려하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고 경영층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오너리스크는 이제 그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3년 SK글로벌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사건 이후 9년 만에 다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앞서 SK그룹 계열사 투자금을 빼돌려 개인 선물 및 옵션 투자에 800억원을 사용한 혐의로 최재원 부회장을 구속하고, 최태원 회장을 불구속 기소 했다.
한국거래소는 SK그룹주들이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 조회공시를 허위로 답변했다며 최근 SK텔레콤, SK C&C, SK가스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하고 벌점 3점씩을 부과했다. 이들 기업은 최 회장 형제의 횡령 의혹에 대해 지난 11월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했다.
최 회장은 검찰수사가 장기전에 돌입하고 불구속처리로 가닥이 잡히자 경영행보를 빠르게 하고 있다. 지난해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던 투자 채용 계획과 임원인사를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검찰 조사가 한창인 가운데서도 작년 12월 22일 하이닉스반도체를 방문했고 지난 3일에는 계열사 CEO들과 신년 오찬을 함께하면서 경영정상화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아울러 올해 19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같은 투자는 지난해보다 10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오는 2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의 글로벌 전략은 작년에도 큰 성과를 거뒀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C, SK케미칼 등 제조업 계열사들의 지난해 총 수출매출은 45조5천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그룹 총 매출 72조3000억원의 62.9%를 차지했다. 2010년 수출액 28조9천억원보다 57.6%나 급증한 수준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2010년 기준 총 매출 11조9700억원 중 96.9%인 11조6천억원을 수출에서 올렸다. 올해도 비슷한 수출매출을 기록할 경우 SK그룹 총매출중 수출비중은 70%에 육박하게 된다.
한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1998년 취임 후 본격적으로 글로벌 전략을 펼치며 30%에 불과 했던 수출액이 지난 2006년 처음으로 50%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60%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