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큰 손실 전현직 경영진 책임 안 묻나

2012-01-13     임민희 기자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최종석)가 수년째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그 책임을 져야할 최고경영진은 책임에서 제외되거나 또 다른 공기업 수장을 맡는 등 탄탄대로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진영욱 전 사장(사진)은 2008년 KIC 수장에 올라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 투자 건에 대한 사후관리 미비 등으로 적자를 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도 지난해 9월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에 임명돼 이명박정부의 인사 관행에 대한 비판까지 야기시키고 있다.

이처럼 KIC가 설립 취지와 달리 거듭된 투자 실패로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와 KIC 존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KIC가 지난해 자산운용 수익률 마이너스 3.3%를 기록하면서 원금 손실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KIC는 지난해 채권 부문에선 3.95% 수익을 냈으나 주식 부문은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 실패 등으로 10.2%의 손실을 냈다.

KIC의 운용자산이 429억달러(50조원)라는 점을 감안할 때 무려 14억 달러(1조6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낸 것이다.

KIC는 한국투자공사법에 의거해 외환보유액 및 공공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국가자산 증대와 금융산업 발전 이바지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7월 출범했다.

초대 사장이었던 이강원 전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이 1년 만에 물러난 후 2006년 홍석주 사장, 2008년 진영욱 사장에 이어 2011년부터 최종석 사장이 KIC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KIC는 수익모델 부재와 리스크 관리 체계허점 등의 문제를 노출하며 막대한 투자손실을 내왔지만 정작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메릴린치 투자 건은 홍석주 전 사장 임기 때인 2008년 1월 결정됐고 그해 7월 취임한 진영욱 전 사장이 관리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진영욱 전 사장은 또 다시 공기업 사장을 맡아 책임추궁은 커녕 더 큰 자리로 영전까지 하는 수혜를 누리고 있다. 

진 사장의 자리이동에 누가 도움을 줬는지는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인사스타일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 꼴이 됐다.

진영욱 씨는 부산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후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본부국장 등을 거쳐 한화증권 사장,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사장․부회장, 한화손해보험 사장ㆍ부회장을 역임했다.

진 씨는 2008년 KIC 사장을 맡아 3년 임기를 채운 후 지난해 9월 한국정책금융공사 2대 사장에 올랐다.

사실 KIC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수년째 저조한 수익률과 메릴린치 투자 실패 책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적을 받았다.

KIC가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2006년 말 이후 지난해 말까지 수익률은 16%로 연 3%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현 4%대인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KIC는 2008년 초 20억달러 상당의 메릴린치 주식을 사들였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되면서 BoA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인수 당시 29달러였던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현재 6달러 선까지 떨어져 13억 달러의 손실을 유발했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KIC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과거 메릴린치 불법투자 등에서 드러난 부적절한 투자결정 체계, 리스크관리 시스템 부재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국회의 개선요구에 역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KIC는 지난해 BoA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재투자해 400억원의 추가 손실을 냈다.

KIC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개선요구 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채 무리한 투자를 강행했을 경우 이를 촉발 시킨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가열될 전망이다. 또한 계속해서 수익률 저조를 보인다면 KIC 존립도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