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딸들의 경영, 부드럽지만 튀는 스타일.

2007-07-23     뉴스관리자
“회사 업무 때문에 고생 많으시죠. 건강은 챙기고 하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홍삼 세트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누굴까? 혹시 나를 사모하는 여직원? 직원은 긴장하고 두리번거린다. 알고 보니 선물을 건넨 사람은 그룹 회장님 외손녀.


얼마 전 롯데그룹 내에서 화제가 됐던 사건(?)이다.


선물의 주인공인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 ‘선물 사건’이 보여주듯 장 상무는 ‘어제의 적도 오늘의 친구로 만드는’ 강한 친화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장 상무는 가냘픈 외모와 함께 평소 조용해 있는 듯 없는 듯하다. 하지만 같이 일해본 직원들은 그녀의 입담에 놀라고, 친화력에 놀란다.


롯데백화점 명품사업부에서 장 상무 밑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처음엔 오너 일가라고 해서 앞으로 힘들고 어렵겠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경험하고 보니 오히려 편했다”고 말했다. 업무 뒤에도 퇴근하지 않고 직원들과 도란도란 잡담(?)을 즐기는 장 상무가 직원들에게 하는 깜짝 선물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담은 건강 관련 품목이 많다.


재벌가 딸들의 부드러운 감각이 딱딱한 조직에 부드러움을 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재벌가 딸들이 직ㆍ간접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룹 광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거나 각종 사업 마케팅 진행시 톡톡 튀는 감각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경영수업을 하면서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을 무기로 기존 조직 문화를 깨기도 한다. 글로벌 감각을 익혀 감각적인 실험에도 나선다. 특히 오너 일가가 아닌 ‘조직원’의 한 명으로 직원들과 친근해지면서 조직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두 딸인 조현아 상무와 조현민 과장은 보수적이고 다소 딱딱한 한진그룹에서 ‘발랄함’을 보여준다.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나온 조 상무는 대한항공 기내식사업을 총괄하면서 대한항공의 기내식 수준을 호텔급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상무는 간과하기 쉬운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겨 접시나 포크 등을 새롭게 교체하거나 기내 명품잡지인 ‘비욘드’를 만들 때도 감각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조 회장의 막내딸로 USC(남가주대)를 졸업한 조 과장은 광고선전부 소속으로 최근 화제가 됐던 김포 공항동 본사와 서울 명동 한진빌딩 본관에 새로 들여올 보잉 787 사진을 래핑하는 작업을 현장 지휘하기도 했다.


현정은 회장의 딸인 정지이 현대U&I 전무는 시스템통합(SI)업체 특유의 남성적 조직 문화에 여성 특유의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심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인이 설립된 지 두 돌밖에 되지 않아 조직 융합력이 떨어지는 현대U&I에서 기획총괄 업무를 맡고 있는 정 전무는 직장 내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SI업계 특성상 직원들끼리의 스킨십이 중요하지만 직원들끼리 서먹서먹한 관계를 각종 동호회 활동을 통해 풀겠다는 것. 게다가 정 전무는 직원들과 수시로 번개팅을 하고, 퇴근 후 저녁식사나 호프타임 등 소규모 활동에 꾸준히 참가해 직원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가 남성적이란 말을 많이 듣지만 정 전무가 직원들과 스킨십을 나누면서 최소한 계열사에서만큼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녀 현정담 동양매직 차장은 그동안 구조조정 등으로 위축돼 있는 그룹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경우.


스탠퍼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현 차장은 동양매직 광고를 총괄하면서 미국 소비자 이론을 적극 도입, 공급자 중심의 광고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광고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특히 현 차장은 제품의 속성 및 소비자 편익 부문을 강조하거나 이미지 전달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동양그룹 광고대행사인 한컴 관계자는 “여성 감각을 활용해 세련되게 광고 콘셉트를 정하는 것 같다”며 “항상 제품을 접하는 소비자라면 어떤 부분을 고민하겠느냐고 광고 제작자들에게 되묻곤 한다”고 말했다.


현 차장은 젊은 감각을 활용, 온라인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거나 포털 사이트에 동양매직 ‘매직스팀오븐’ 브랜드 카페를 만들어 주부들의 쇼핑 및 각종 수다, 토론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현경담 동양온라인 과장은 밝고 발랄한 감각을 동양온라인의 온라인 IT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지난 50주년 행사 때도 현 차장, 현 과장이 감각적인 부분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디자인 감각도 뛰어나 다양한 부분에 있어 그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