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치킨점 쿠폰은 서비스? 낚싯밥?
소비자 충성도 높여 놓고 사용하려하면 갖가지 이유로 사용 제한
체인점 형식으로 운영되는 치킨, 피자점의 쿠폰 정책에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일정 수량을 수집하면 무료 서비스를 준다고 펑펑 광고하고는 막상 사용하려고 하면 서비스 중단, 가맹점 폐업등의 갖가지 이유를 대며 빠져 나가기 일쑤이기 때문.
대표적인 배달 음식인 치킨, 피자 등을 이용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의 하나가 업체에서 발행하는 쿠폰을 모으는 일이다. 업체에서 지정한 일정수량의 쿠폰을 모아뒀다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막상 사용하려면 서비스가 중단됐거나 가맹점 폐업, 점주의 변경 등 다양한 이유로 애써 모아둔 쿠폰이 휴지조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본사 측으로 규정을 문의해봐도 "가맹점이 개별적으로 운영한다"며 발을 빼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비자들은 "쿠폰 때문에 동일한 브랜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쿠폰으로 고객을 낚아 놓고는 사용은 업체 편의대로 변경하는 건 횡포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쿠폰서비스는 사업자가 마진율을 낮춰가며 제공하는 광고 방법 중 하나로 서비스 중단에 대해 광고표시상의 문제를 법적으로 논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사업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이를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하는 것이 상도의에 맞고 본사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매장에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이어 "만일 소비자가 본 사안과 관련해 신뢰이익을 보상받고 싶다면 유관기관에 중재를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소중히 모았던 피자 쿠폰 24장, 순식간에 휴지조각
17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 사는 홍 모(여.40세)씨는 가족들이 평소 피자를 좋아해 도미노 피자를 즐겨 이용해 왔다. 그렇게 약 2년여간 동안 모은 박스 쿠폰이 24장으로 공짜 피자를 주문하려고 도미노 피자를 방문했다가 쿠폰이용 행사가 이미 종료됐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됐다.
정 씨는 지난 2년 여 간 한 판에 최소 2만 원 이상인 가격의 피자를 먹으면서 차곡차곡 모았던 쿠폰이라 그 아쉬움은 더욱 컸고, 미처 그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기에 일말의 배신감까지 느꼈다고.
이같은 내용에 대해 본사 측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똑같았다.
박 씨는 “쿠폰을 모으면 무료 피자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브랜드 피자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며 "결국 그렇게 한장한장 소중히 모은 것이 한순간 휴지조각이 되버렸다"며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이에 대해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박스쿠폰 행사는 쿠폰 사용과 보관상의 어려움으로 작년 9월 1일부터 폐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3개월 간 보상기간을 두고 쿠폰 1장당 1천300원의 보상을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당사 홈페이지, SNS, 피자 박스 위에 붙이는 전단지 등을 통해서 충분히 공지했고 실제 구매 고객을 위해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며 보상 불가의 입장을 밝혔다.
◆ 미스터피자 쿠폰 제도...시시각각 달라져?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거주 윤 모(남.31세)씨 역시 피자 쿠폰을 이용하려다 낯을 붉혀야 했다.
윤 씨는 이직한 직장에서 모아둔 40여장의 (주)미스터 피자 박스쿠폰이 생각나 사용하려했지만 거절당했다. ‘쿠폰을 모았던 지점과 사용하려 한 지점이 달라 사용이 불가하다'는 콜센터 상담원의 답변에 윤 씨는 이직한 회사에 찾아가 피자를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회사 정책’이라는 벽에 막혀 포기해야 했다고.
마침 이사를 준비중이었던 윤 씨는 미스터피자 측의 쿠폰 사용이 꽤 까다롭다는 것을 인지하고 또 다시 이런 낭패를 겪지 않기 위해 쿠폰제도에 관해 꼼꼼히 문의했다. 상담원은 ‘이번 경우에는 회사를 이직해 사용이 불가했지만 이사를 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지난 7월 초 이사를 한 윤 씨는 모은 피자쿠폰을 다시 사용하려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 한 번 거절당했다. 안내받은 내용과 다른 처리에 항의하자 ‘쿠폰 사용 지점이 다르기도 하지만 고객의 거주지는 배달자체가 불가한 지역’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본사 측에 직접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은 더 가관이었다. ‘쿠폰에 명시된 지점이 아니면 사용불가’지만 ‘가끔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매장도 있어 상담원의 안내가 꼭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
이 씨는 “본사 측 답변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과 뭐가 다르냐”며 “말할 때마다 변하는 회사정책은 고객을 우롱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주)미스터 피자 박스쿠폰 내용
이에 관련 (주)미스터피자 관계자는 “쿠폰 정책 매뉴얼에 따라 고객에게 안내했다”며 “커뮤니케이션 상의 오해가 있었고 고객과 연락이 잘 닿지 않아 문제가 된 것으로 이사한 고객의 경우 주문접수 전 매장에 미리 내용을 전달한 후 쿠폰 사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 치킨 쿠폰이 매출 낚싯밥?..본사 "가맹점 권한, 우린 몰라"
서울 서초구 방배3동에 사는 박 모(여.51세)씨는 BBQ의 쿠폰을 사용하려다 실패한 경험을 토로했다.
박 씨는 치킨을 좋아하는 아들 때문에 2달에 1번 꼴로 두 개의 브랜드 치킨점을 번갈아가며 이용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꾸준히 모아둔 쿠폰을 사용하고자 했지만 유난히 BBQ에서만 사용을 거절당했다.
'16장을 모으면 치킨 1마리가 무료'라는 BBQ의 쿠폰으로 주문을 했지만 "쿠폰이 바뀌어서 기존 쿠폰은 사용할 수 없다", "쿠폰을 발행한 가게가 폐업됐다"는 이유로 각각 2번씩, 무려 4번이나 거절당했다고.
더구나 본사에 이 같은 쿠폰 운영방식에 항의했지만 “쿠폰은 본사에서 관리하는 게 아닌 가맹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는 대답 뿐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박 씨는 “숱하게 많은 브랜드 치킨점이 많은 데도 이왕이면 쿠폰을 모아서 쓰자 싶어 BBQ를 이용해 왔다”며 "결국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사용하지 못할 쿠폰으로 낚시질 한 거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회사 브랜드를 걸고 하는 행사에 왜 본사 측은 발을 빼고 뒷짐만 지냐”며 힐책했다.
이에 대해 제너시스 BBQ 관계자는 “쿠폰의 경우 본사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마다 개별 판촉활동을 벌이는 것”이라며 “본사에서는 광고나 기사, 일정기간 내 정해진 프로모션 행사 등만 진행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