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점퍼서 동물 사체 썩는 냄새나면?

불량 충전재 · 세탁방법 등이 원인...털빠짐 등 품질 이상 많아

2012-01-23     이성희 기자

구스다운 점퍼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소비자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추운 겨울철이면 보온성이 뛰어난 오리나 거위털을 충전재로 이용한 구스다운 점퍼 구매율이 높아지기 마련. 최근 구매 소비자들 중 원인 모를 악취에 불쾌감을 넘어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확인결과, 악취의 원인은 불량 충전재를 사용했거나 잘못된 세탁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관계자는 “오리털이나 거위털 점퍼의 경우 외부에 있다 실내 따듯한 공기를 접하거나, 습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체온과 체취가 합쳐져 비린내같은 악취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류 속에 충전재로 들어가 있다보니 충분한 헹굼이 되지 않아 잔류 세재가 남을 경우 냄새가 날 수 있으니 특히 세탁방법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가 구스다운에서 심한 악취...세탁법이 문제?

23일 강남구 개포4동에 사는 강 모(여.47세)씨는 최근 구매한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구입한 구스다운 점퍼 탓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강 씨는 제주도에 사는 중학생 조카에게 33만원짜리 네파 헝가리 구스다운 점퍼를 선물했다.

하지만 며칠 후 "옷에서 악취가 심해 도저히 학교에 입고갈 수 없다"는 조카의 푸념이 이어졌다. 3일이 지나자 소매에서 동물 썩는 냄새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나서 세탁 후 건조를 했지만 또 다시 냄새가 진동했다고.

강 씨는 판매처에 항의했고 “다시 한 번 옷을 세탁해보라”는 안내대로 했지만 역시나 역한 냄새가 빠지지 않아 결국 본사로 옷을 돌려보냈다.

며칠 후 업체 측은 한 의류심의기관의 심의 결과를 내세워 “‘헹굼을 잘못해서 나는 냄새’로 보상이 불가능”는 입장을 전했다.

강 씨는 “가격이 30만원대가 넘는 옷에서 심한 악취가 나 입을 수가 없는 상태라니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네파 관계자는 “세제를 많이 넣어 세탁 후 완전 헹굼이 안 된 경우 다운과 섞이면서 소매 끝과 목선 쪽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며 “충전재 자체가 문제라면 클레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현재 강 씨 외의 클레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처음부터 냄새가 났는데 그럼 한번 세탁을 한 제품을 재판매했다는 소리냐"며 업체 측 해명을 전면 반박, 강한 클레임 끝에 제품을 교환받았다.

참기 힘든 악취 원인은 지저분한 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지 모(여.32세)씨 역시 오리털 점퍼에서 참을 수 없는 악취를 겪었다.

지 씨는 한 아울렛몰에서 이월상품인 MLB 오리털 점퍼를 저렴한 가격인 7만원 가량에 구입했다.

깨끗하게 입고 싶어 구입 직후 세탁을 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세탁 후 점퍼에서 심한 악취가 나기 시작한 것. 마치 동물의 분뇨같은 냄새가 코를 찔렀고 향수나 탈취제를 아무리 뿌려도 소용없었다는 것이 지 씨의 설명.

오리털에서 나는 냄새로 확신한 지 씨는 MLB 본사 측으로 반품신청을 했고 “세탁법의 잘못일 수 있으니 심사 후 판단 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지 씨는 “오리털 점퍼 세탁 후 세제가 제대로 빠지지 않을 경우 악취가 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헹굼과정을 거쳤음에도 지독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업체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대해 MLB코리아 관계자는 “제품 수거 후 제3의 기관에 심의 의뢰한 결과, '충전재의 청결상태 문제'인 제품불량으로 판정받아 환불 조치했다”고 답했다.

다운점퍼, 털빠짐 등 품질불만 높아

오리털, 거위털이 충전된 다운 점퍼의 문제는 악취 뿐만이 아니다.

2007년부터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다운점퍼 관련 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착용이나 세탁 후 털빠짐', '내구성 불만' 등의 품질불만 내용이 64%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계약해지 15%, AS 불만이 9.5%로 뒤를 이었다.

오리털 패딩 점퍼의 경우 오리털이 겉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다운프루프(Down Proof) 가공된 특수 원단을 사용하여 제작한다. 하지만 다운프루프(DP) 불량 또는 봉제선 불량으로 오리털이 원단 바깥으로 심하게 빠져 나와 착용이 불편한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

"털빠짐이 너무 심해 민망한 수준", "처음 구입 시 두꺼웠던 점퍼가 심한 털빠짐으로 엄청 얇아졌다"는 등의 소비자 불만 제보가 본지에 쏟아지고 있다.
 

▲ 본지에 제보된 털 빠지는 다운점퍼, 봉제선을 따라 빠져나온 털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충전재 이상으로 인한 악취나 털빠짐 등의 현상이 제품 불량으로 확인이 되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제조사 또는 구입처를 통하여 제품 교환이나 환급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