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박삼구 회장, 경영권 복귀 난항 지속

2012-01-17     임민희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의 '경영권 복귀'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의 지분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참여를 추진 중이지만 가격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으면서 수개월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

특히, 채권단이 독립경영 차원에서 최근 금호석유화학(회장 박찬구)측에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했지만 금호석화 측은 박 회장의 유상증자 여부를 보고 매각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계열분리 작업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자본잠식에 빠진 금호산업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조만간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이지만 주당 발행가격을 얼마로 책정할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지난 2009년 금호산업에 출자전환한 가격(주당 2만2500원)보다 낮을 경우 FI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데다 여전히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복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박 회장은 주력계열사인 금호타이어에 1000억원, 금호산업에 2000억원 등 총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채권단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말 금호석유화학 보유 지분 10.45%(아들 박세창 부사장 지분 포함)를 일괄 매각해 총 409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박 회장 측은 적은 금액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시가 수준이나 그 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16일 현재 금호타이어 주가는 1만1200원, 금호산업은 7140원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박 회장이 경영권 탈환을 위해 채권단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로  박 회장이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갖게 되면 아시아나항공까지 지배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위기로 내몰았던 '실패한 경영인'이란 부정적 여론에도 박 회장이 경영 복귀 1년 2개월만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모두 갖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측은 국민적 여론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격 의견차가 크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유상증자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대주주(채권단)들이 하면 될 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유상증자 시기나 가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 등에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과 관련 "채권단과 협의해서 가격 등이 정해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 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계열분리 작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경영권 강화를 위해 상대방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자체 계열분리 작업을 벌여왔다.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분리가 완료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금호석유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등)으로 양분된다.

 채권단도 최근 계열분리 일환으로 금호석화가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주식 약 1412만주에 대한 담보를 해지하며 매각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분할조건에 명시되어 있고 계열분리 차원(독립경영)에서 팔 수 있도록 담보를 해지해 준 것일 뿐 채권단에서 직접적으로 매각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전적으로 금호석유화학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반면, 금호석유화학 측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갖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각대금 4천억원이 유상증자 등의 용도로 사용되면 그때 가서 아시아나항공 지분 처리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계획이 모두 완료되면 후순위로 채권단과 협의할 내용이지 강제조항은 아니다"며 "아시아나항공은 경영권 참여보다는 자산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경영정상화가 선결조건이기 때문에 일단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매각대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호석유화학 측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늦추는 배경으로 주가하락을 꼽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지난해 2월 한때 1만2500원의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여 1년여가 흐른 16일 현재 절반 수준인 6760원까지 떨어졌다.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의 협상이 계속해서 지체될 경우 금호산업의 경영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채권단이 조만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 탈환과 계열분리의 뜻을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될지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