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이번엔 철새 사외이사족 퇴출할까
최근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사외이사 자격 요건을 강화해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를 계기로 '자격 없는' 사외이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은행 등 금융권의 경우 사외이사 상당수가 관료출신 또는 정치권 출신으로 채워져 있고 전문성과 독립성보다는 외부입김에 의해 선임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심각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경영권 감시 보다는 '거수기' 및 회사와 관계된 '대외창구' 역할로 전락한 상태여서 이번만큼은 제대로된 사외이사의 틀을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퇴직관료나 정치계 인사들이 금융당국 고위 인사와의 친분관계 등을 이용해 금융권의 사외이사 자리에 손을 뻗치는 경우가 여전히 비일비재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관료출신들의 경우 요직을 떠나있을 때는 노른자위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더 큰 자리가 나면 사외이사 자리를 그만두는 사례가 빈번해 이들을 사외이사로 임명한 회사들의 경영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의 경우 우리금융지주회장을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그 뒤에는 KT 사외이사와 미래에셋 사외이사 자리를 연달아 거머쥐었다.
그러다가 은행연합회장 자리가 비자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맡는 등 관료출신 한사람이 이자리 저자리를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옮겨 다니는 저력(?)을 과시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외이사 자리를 두고 과욕을 부리기는 관료출신만이 아니다. 일반 직장인 출신이 정년을 마치고도 금융당국자와 친분이 있으면 큰 금융기관의 사외이사 자리를 청탁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기고 등 일류고교 출신들은 자신이 이미 일반 기업에서 정년 퇴임을 하고도 금융당국 수장이 자기 친구 또는 선후배라는 이유로 사외이사 자리를 청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관련, 한 금융당국자의 경우 자격(스펙)도 안되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외이사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점에서 사법당국이 뒤늦게나마 사외이사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바람직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지난해 6월 고위공직자에 대한 금융권 낙하산 인사 관행을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정 직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등은 퇴직 후 1년간 관련 업무 취급 금지, 부정한 청탁이나 알선 금지, 퇴직자의 민간업체 취업심사 시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 5년으로 확대, 비상근 사외이사나 고문 등도 취업심사 대상직위로 명시한다는 등의 쇄신방안이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책 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에서 정․관계 출신의 '낙하산 인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은행과 보험 등 주요 금융회사 34곳의 사외이사 145명 중 정·관계 고위직 출신이 무려 61명에 달하고 있다.
권 법무부 장관은 정․관계 등 낙하산 인사 관행이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라 오는 7월경 사회이사 자격기준 신설을 골자로한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또한 감사의 독립성 강화와 소수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감사위원회제도도 개선할 방침이다.
그간 금융계에선 사외이사제도 개선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시 대주주 및 경영진의 영향력 배제, 소액주주들의 선임권 확대, 사회에서 도덕성과 전문성이 검증된 '독립적인 인사' 인력풀 확보, 사외이사 교육기관 마련, 사외이사에 대한 법적책임 부여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돼 왔다.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정관계 낙하산 인사는 줄곧 제기됐던 문제인데 법무부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다만 사외이사 자격기준을 신설한다고 해서 낙하산 전횡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