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란..."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 첫 경영 시험대 올라

2012-01-19     윤주애 기자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이란 사태로 취임 이후 첫 시련에 부딪쳤다.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현대오일뱅크의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2010년 8월 현대중공업에 인수된 현대오일뱅크의 첫 CEO로 승승장구해온 권 사장이 1년 5개월만에 찾아온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권 사장은 이달 초 원유 정제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각화 시키겠다고 선언한지 불과 보름만에 이같은 악재를 만나 더욱 비감한 상황이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함에 따라  이란산 원유 수입 물량이 얼마나 감축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중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전체 수입 물량 가운데 약 20%(하루 평균 7만배럴), SK이노베이션은 약 10%(하루 평균 3만5천배럴)가 이란산이다.

이란산 원유는 다른 중동 국가의 원유에 비해 배럴당 2달러 가량 싸다. 이 때문에 이란 원유 수입량이 줄어들면 현물 시장에서 물량을 구입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영업이익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업계 1,2위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정유 정제 외에도 석유화학 윤활유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지만 정유업 외길 뿐인 현대오일뱅크는 원유수입 물량 감소가 그대로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오일뱅크도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중질유 분해시설을 풀가동할 방침이었다. 고도화설비로 일컬어지는 중질유 분해시설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벙커C유를 재처리해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생산한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의 정유업계 시장점유율이 현재 14.07%(2011년3분기 기준)로 4위인 S-Oil과 불과 0.06%p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고도화설비를 풀가동하면 1~2위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를 바짝 추격할 수 있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월 약 2조6천억원을 들여 제2차 고도화설비를 준공하고 그 해 6월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제능력 대비 고도화비율이 기존 17.4%에서 국내 최고수준인 30.8%로 상승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중질유 분해마진의 경우 2008년 호황기에 배럴당 30~40달러 수준에서 2010년 초에는 1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해 최근 30달러 수준까지 높아졌다.

정유업계에서는 앞으로 경질유 수요가 꾸준하게 상승해 중질유 분해마진이 단순정제마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고도화설비 비중에 따라 회사간 수익 창출력이 차별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의 원유 보다 배럴당 최대 6달러 저렴한 이란산 원유가 복병이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올 상반기 중으로 상장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상장 규모만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란 사태로 인해 기업가치에 악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BS투자증권을 비롯해 증권가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란 제재법(CISADA) 시행이 상장규모를 줄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주관사 6곳 중 2곳(씨티글로벌마켓증권· BoA메릴린치)은 국적이 미국이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으면서도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를 도울 방안을 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하고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장기간 이란산 원유 수입계약을 맺었던터라 (어느 원유를 얼마나 대체할지 등 )구체적으로 정확한 대안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8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매출과 수익이 크게 개선되는등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현대오일뱅크의 매출액은 작년 동기대비 44%증가한 13조 6천706억원이었다.영업이익은 3천90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04.8% 늘어났다. 게다가 2008년 하반기부터 2010년 초까지 하향세를 보이던 정제마진도 상승세로 전환되고 국내외 수요도 늘어나 창창한 앞날을 기약하고 있었다.

권 사장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현대오일뱅크의 폭발적인 실적 상승세를 이끌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