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조준희 은행권 4위 맞대결 예고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가 꿈에 그리던 외환은행을 품에 안으면서 금융지주사 빅4 진입을 눈앞에 둔 가운데 현재 은행권 4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행(행장 조준희)이 '빅4자리 수성'을 위해 철벽방어에 나설 방침이어서 향후 두 은행간 경쟁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하나금융에 인수되는 외환은행장엔 직전 기업은행장인 윤용로씨가 내정된 상태여서 전현직 기업은행장간 자존심 경쟁도 볼만한 대결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우여곡절 끝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은행권 4위에 올라서게 될지, 아니면 기업은행의 대반격이 시작될지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하나은행(은행장 김정태)은 자산규모 면에서 기업은행에 앞서 있지만 기업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꾸준히 달성하며 최근 2년간 하나은행을 제치고 은행권 4위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분기마다 5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2011회계연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1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막강한 영업력을 자랑한다. 기업은행은 전 회계연도에도 1조29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총자산이 180조원이었던 기업은행은 획기적인 상품개발과 영업력 강화에 주력한 결과 개인․기업고객 부문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조만간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300조원대의 자산과 외국환, 기업금융 등 영업부문에서 막강한 힘을 갖추면서 기업은행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전 기업은행장이었던 윤용로 씨가 적진인 하나금융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향후 외환은행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상황이어서 기업은행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이렇듯 하나금융과 기업은행은 이제 라이벌 경쟁을 넘어 자존심을 건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어 두 금융기관간 경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한편 하나금융은 지난 27일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함에 따라 론스타 펀드와 외환은행 지분(51.02%)매매 인수계약을 체결한지 1년 3개월 만에 외환은행을 품에 안을 수 있게 됐다.
이로써 하나금융 총 자산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224조원, 여기에 외환은행 자산 107조원을 합치면 331조원이 된다. 이는 신한금융지주(337조3000억원)와 우리금융지주(372조4000억원), KB금융지주(363조6000억원)에 이어 4위 규모다.
하나금융은 또 하나은행의 강점인 가계금융과 PB, 자산관리, 증권, 보험부문과 외환은행의 강점분야인 기업금융, 수출입금융, FX, 해외영업 부문이 합쳐질 경우 시너지 극대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하나금융 주가는 외환은행 인수 기대감으로 지난 16일 3만4400원에서 27일에는 3만9950원을 기록하며 5000원 이상 뛰어 올랐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은행권 빅4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특히,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성공으로 연임 보장은 물론 후계체제 문제에서 한시름 덜 수 있게 됐지만 외환은행과의 인적․조직적 통합을 원만히 이뤄내지 못할 경우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외환은행 노조 반발이 거세고 통합민주당 등 야당에서 외환은행 인수특혜 시비 등을 끝까지 문제삼겠다는 입장이어서 외환은행 통합작업이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회장은 금융위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투뱅크 체제로 외환은행을 운영하겠다"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위의 인수 승인으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피할 수 없는 가운데 김승유 회장이 외환은행 통합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