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과자 '뻥' 포장 철퇴맞는다
별도의 구조물 세우거나 낱개 포장으로 부피만 빵빵하게
실제 내용물에 비해 포장을 과대하게 해 구매를 유혹하는 소위 과자 '뻥' 포장이 철퇴를 맞을 전망이다.
환경부는 올 상반기 중 완충제 등 기존에 없었던 내용들을 포함한 포장 기준 개정안을 공표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특히 환경부는 공기를 과다하게 주입해 봉지를 빵빵하게하는 질소충전과자의 포장에 공기체적 측정방법을 도입해 포장 개선을 시도할 예정이어서 제과업계의 고질적인 '뻥'포장이 줄어들지 주목되고 있다.
실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과자의 과대포장에대한 소비자 불만이 쉼없이 제기되고 있다. 내용물 대비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큰 포장상자는 소비자들에게 속은 기분을 안겨주고 자원낭비의 대표적 사례이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과자가 아닌 공기를 구매했다는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사는 현 모(여)씨는 국내 제과업체들의 과대포장을 통한 상술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 씨는 “요즘 과자를 사먹으며 포장상태를 보면 정말이지 화가 난다. 현재의 과자포장은 '완충'이라는 명분아래 소비자를 우롱하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규제를 촉구했다.
그는 “낱개포장이나 종이,·플라스틱 구조물 등이 과자상자를 가득 채우고 있을 뿐 실제 내용물은 상자의 절반, 절반의 반도 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오리온을 비롯한 롯데제과, 크라운-해태제과 등 주요 제과업체의 포장 상태를 점검해본 결과 비스킷 류가 주를 이루는 상자 포장 제품들은 부피만으로는 내용물의 양을 짐작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특히 ‘마켓오 브라우니’, ‘갸또 쇼콜라’ 등과 같이 상자 안에 내용물을 고정시키는 지지대가 별도로 들어있거나 ‘닥터유 임실치즈 쿠키’, '국희 땅콩샌드'와 같은 낱개포장은 부피를 늘리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개별 포장을 뜯어 직접 상자에 담아보자 실제 과자 내용물이 절반도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더욱이 개봉 전 상자를 흔들어 봤을 때 빈 내부 공간에서 내용물이 심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과연 '이중 포장을 통해 유통 중 과자의 파손 예방'이라는 업체 측의 명분을 흔쾌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과대포장과 관련해 오리온 관계자는 “제주도 등 전국 각지를 비롯해 해외 수출 등 긴 운송과정에서 과자가 파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완충작용은 예상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라며 “특히 마켓오 브라우니는 초콜릿의 많이 함유돼 있는 무른 성질의 제품으로,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부서지지 않도록 신경 쓴 포장”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모든 제과업체들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기준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과자의 포장이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통해 이뤄지다보니 정상가동을 위한 최소한의 여유 공간 확보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히 비스킷 류는 통째로 포장할 경우 먹고 남은 과자의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종종 제기돼 이분포장을 도입했다”며 “포장을 2중으로 하는 것은 파손방지와 더불어 벌레 등 이물 침입 예방차원의 목적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손방지책이라는 업체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막상 포장이 바뀐 과자를 개봉해보면 내용물이 깨져있는 경우가 흔하다", "큰 상자안에서 개별포장이 흔들려서 오히려 더 파손될 것 같다"며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식약청의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8조(허위표시, 과대광고 및 과대포장의 범위) 제3항에 “법 제13조에 따른 과대포장의 범위는 환경부령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대포장에 관한 규정은 1994년 최초로 도입된 후 개정을 거듭해 왔으며 제과업체들도 관련내용을 숙지하고 있다. 그러나 포장이 판촉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다보니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의 교묘한 수법들이 날로 진화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올 상반기 내 완충제 등 기존에 없었던 내용들을 포함한 포장 기준 개정안을 공표할 것”이라며 “특히 공기체적 측정방법 연구의 성과로 그간 논란이 컸던 질소충전과자의 포장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