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랠리, 정유사들에 약인가? 독인가?
이란사태로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석유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정제사업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상당한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구조상 고유가가 단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란발 고유가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이란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사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이하 에쓰오일) 등 4대 정유사들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연일 상승세를 타면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액이 69조, 영업이익은 3조1천억원, GS칼텍스는 매출과 영업익이 48조원과 2조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S-Oil은 매출액 30조7천억원, 영업이익 1조7천억원, 현대오일뱅크도 17조원 매출에 1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그야말로 떼 돈을 벌었다.
이란 사태가 터진 지난해 4분기도 SK이노베이션은 매출액 17조5천억원, 영업이익 6천억원이 기대되고 있다. GS칼텍스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익이 각각 12조7천억원, 4천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Oil은 4분기 매출액 8조1천억원, 영업이익 4천억원을 거둘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란사태로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고 있는 올 1분기에대한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정유주들의 주가에 훈풍이 불고 있다.
S-Oil 주가는 지난해 말 10만원에서 30일 12만3천원으로 23%나 급등했다. SK이노베이션은 14만2천원에서 16만6천500원으로 17.25% 주가가 올랐다.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둔 GS도 6만600원에서 6만1천800원으로 약 2% 주가가 올랐다. 현대오일뱅크를 자회사로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 1위 후광효과와 함께 올해 현대오일뱅크 상장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25만7천원에서 29만9천500원으로 17%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이같은 훈풍도 반짝 장세일 가능성이 높다. 정유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추세적으로 봤을 때 이란발 고유가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영업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정부의 수입물량 감축안이 확정되는데로 이란산보다 배럴당 2~6달러 더 비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 대응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엄포한 것처럼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르는 극단적인 상황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제유가가 장기적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것은 정유사들의 실적개선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승연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이란 제재안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많은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의 역내 석유제품 가격에 (손실부분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