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투기자 '촌지실록'<34>-'낑' 때문에 영구제명된 기자

2007-07-31     정리=김영인 기자
기자실에서 난데없이 긴급 기자 총회가 열렸다. 출입기자 전체가 참석하는 총회였다. 하지만 몇몇 기자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 몇몇 기자를 '제명'하기 위해서 소집된 총회였기 때문이다. 참석 기자들은 '만장일치'로 몇몇 기자를 '제명'하기로 합의했다. 그것도 '영구 제명'이었다.

제명 당한 기자들은 다시 총회를 열어 기자실 멤버로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기자실을 출입할 수 없게 되었다. 기자가 기자답지 못하게 기자실 밖에서 빙빙 돌게 된 것이다.

기자실에서 제명되면 '출입기자 명단'에서도 이름이 지워지고 만다. 그러면 취재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안면이 별로 없는 취재원에게는 '출입기자'나 '기자실' 이름으로 취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취재는 다음 문제였다. 더욱 중요한 게 있었다. 제명을 당하고 나면 '낑'도 제외되는 것이다. 제명된 몇몇 기자들은 제명과 동시에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기자실을 거쳐서 나오는 '낑'을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수입(?)'에 막대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몇몇 기자를 '영구 제명'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몇몇 기자들은 자기들끼리 슬그머니 출입처 산하 업체를 돌아다니면서 '슈킹'을 했다. 그 '슈킹'한 돈으로 자기들끼리만 해외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 그리고 시치미를 떼고 있다가 들통이 난 것이다.

기자실에서는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기자가 '기사'를 물먹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럴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슈킹'을 물먹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입'과 직결되는 문제라 심각해지는 것이다. '낑'을 물먹으면 '기사' 물먹는 것보다 몇 배나 불쾌했다. 그래서 긴급 기자 총회가 소집되었던 것이다.

기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흥분했다. 못된 몇몇 기자들이 기자실 전체에 먹칠을 했다고 펄펄 뛰었다. 기사를 물먹었으면 그렇게까지 흥분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낑'과 관련된 문제라 더욱 흥분했다. 그 결과 '영구 제명'이라는 가혹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영구 제명'을 했으니 앞으로는 기자들에게 돌아올 몫이 조금 커지게 되기도 했다. 제명 당한 기자에게는 '낑'을 한푼도 나눠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 것까지 기대해서 '만장일치'로 가결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제명 당한 기자는 소위 '해외출장병'에 걸린 기자였다. 1년에 최소한 한 차례씩이라도 해외출장을 다녀오지 못하면 몸살을 앓는다는 기자였다. "내 사전에 매년 출장을 못 간다는 단어는 없다"고 주장하는 기자였다. 출장을 갈 '건수'가 없으면 생떼를 부려서라도 다녀오곤 했다. 이번에도 몇몇 가까운 기자들을 끌어들여서 '슈킹'을 해 가지고 몰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가 들통났던 것이다.

'해외출장병'에 걸린 기자는 가끔 있었다. 어떤 기자는 노골적으로 홍보실장 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날갯짓을 하기도 했다. 비행기 날아가는 시늉을 한 것이다. 빨리 비행기 탈 일을 만들라는 '압력'이었다. 그렇게 '억지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랬던 기자가 나중에 '참여정부'에서 요직을 맡기도 했다. 그랬으니 '참여정부'의 개혁이 제대로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억지 출장'을 요구하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골치 아프지 않을 수 없다. 기자들을 위해서 비행기값, 호텔값, 밥값, 술값, 구경값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파트너값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비용이 간단치 않다. 더구나 그런 부담을 감수하고 어렵게 출장을 보내줘도 고맙게 생각하는 기자는 없다. 기자에게 공짜 출장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해외출장병'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 다녀올수록 '이익'이기 때문이다. 우선, 신나게 놀고, 즐기고, 물건을 살 수 있다.

어떤 기자는 해외출장을 떠날 때 초라한 점퍼바람으로 출국했다. 그러나 돌아왔을 때는 '일류 신사'로 변했다. 옷을 말끔하게 갈아입고 온 것은 물론이고, 구두까지 사서 신고 들어온 것이다. 구두는 가볍고, 질 좋고, 튼튼하고, 더군다나 '유행을 앞서가는' 외제 구두였다. 구두가 낡을 때쯤 되면 또 밖으로 나갈 '건수'를 찾아다니곤 했다. 이 기자는 결국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고 말았다. 아예 외국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출장기간동안 기사부담도 덜 수 있다. 기자에게는 기사 쓰는 것이 가장 지겨운 일이다. 기자가 기사를 쓰지 않아도 될 때처럼 편한 시간은 별로 없다. 출장을 가면 출근을 하지 않으니, 신문사 꼴도 보지 않을 수 있다. 거기에다 기사까지 쓰지 않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엄청난 혜택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낑'이다. 해외출장은 '낑'의 규모부터가 다르다. 국내출장은 기간이 고작 2박 3일 정도다. 하룻밤뿐인 1박 2일 출장도 많다. 하지만, 해외출장은 일주일, 열흘이 보통이다. 출장기간만 따져도 비용 면에서 상대가 될 수 없다.

김봉투 기자도 '올챙이'를 갓 지났을 시절에 출입처 '부장급 직원' 여비를 받아서 해외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선물 사는 것 등을 제외하면 그 푸짐한 여비를 쓸 일도 별로 없었다. 그랬으니 마음만 먹으면 여비를 고스란히 남길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출장 한번 다녀오면 한동안 술값 걱정 정도는 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이익'이 많이 남는 해외출장이니 기를 쓰고 다녀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무리하게 요구하게 되고, 무리를 하다 보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어느 출입처에서는 '희한한 작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몇몇 기자들이 해외출장을 가려고 출입처 산하 업체를 돌아다니며 '슈킹'을 했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몰래 비행기를 탔다가는 나중에 문제될 것이 걱정스러웠다.

이들은 기자실 간사에게 '슈킹' 사실을 털어놨다. 그리고 '슈킹'한 '낑' 가운데 적당한 몫을 기자실에 반납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들의 행동은 그런 대로 넘어갈 수 있었다. 욕도 덜 먹었다. '낑' 가운데 상당부분을 기자실에 토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영구 제명' 당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