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심평원 약가인하 6586품목 통지로 제약사 '곡소리'

2012-02-01     조영곤 기자

통곡의 계곡을 건너고 있는 제약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최근 약가인하 대상 6천586품목을 해당 제약사들에 개별 공지했다.  무려 100개 이상 품목이 인하 대상인 업체만도 11개사에 이른다. 약가인하 폭탄이 가시화되면서 제약업계가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허리띠 졸라매기외에 뚜렷한 대책도 없어 제약사마다  무거운 시름을 토해내고 있다.


심평원의  ‘2012년 4월 상한금액 인하 예정 품목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대 제약사 가운데 인하품목이 가장 많은 제약사는 무려 196개 품목이 인하대상에 포함된 한미약품이다. 뒤를 이어 중외제약 143개, 종근당 136개, 일동제약 122개, 대웅제약 105개, 유한양행 103개, 동아제약 95개, 제일약품 64개 등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전문의약품 비중이 낮은 녹십자의 경우 15품목만 해당됐다. LG생명과학도 마찬가지.

중하위권 제약사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신풍제약 155개, 한림제약 115개, 보령제약 101개, 명문제약 100, CJ 99개, 하나제약 86개 품목 등이 인하대상에 포함됐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품목수만 놓고 볼 때 국내 제약사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화이자 47개, GSK 42개, 산도스 39개, 노바티스와 MSD가 각각 36개 품목이다.

제약업계는 이와 관련, 약제급여목록 개정안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이의 제기 등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시장 반응을 고려할 때 현재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평원이 공개한 약가인하 품목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상위 제약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할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제약사 관계자는 “이의신청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며  “상위 제약사별로 많게는 1천억원부터 적게는 700~800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 별다른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제약업계, 대책마련 고심…해법 안 보여 막막

제약업계의 대책 마련을 위한 발걸음도 바빠졌다. 하지만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발걸음이 무거운 상황이다.

제약업계는 우선 비용절감에 올인하고 있다. 신규인력채용 계획을 백지화하고, 임금 동결 등을 통해 고비를 넘어보자는 계산이다. 또 에너지 드링크,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적극 진출해  약가인하 손실분을 메우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외 해외시장 개척 등도 추진하고 있으나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기 쉽지 않다는데 고민이 있다. 

일부 제약사는 오는 4월 약가인하를 기점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제약사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사내에서 4월 약가인하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조성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 아무래도 노병들이 1차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를 표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영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