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환급금 떼먹는 상조 '꼼수' 부도 속출
느닷없이 문닫고 인수 업체 '통합'이라며 환급 의무 회피
상조업체가 느닷없이 사라져 만기환급금을 받지 못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등 소비자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할부거래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상조업체들은 의무적으로 제1금융권이나 공제조합에 납입금의 50%를 예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업체들이 파산 등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
실제로 총 300여개의 상조업체 중 더케이라이프(500억원), 에이플러스라이프(200억원), 부모사랑(100억원), 엘비라이프(30억원) 등 상위 4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296개 업체의 평균 자본금은 3억6천만원에 그치는 수준.
문제는 도산한 업체의 회원을 넘겨받은 상조업체들은 ‘인수’가 아닌 ‘통합’이라는 말장난으로 "이전 업체에 납부한 금액을 돌려줘야할 의무가 없다"는 앵무새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이렇다보니 파산으로 인한 상조업체 인수 과정에도 소비자들의 의혹이 쏠리고 있다.
피해 소비자들은 "상조업체들간 짜고치는 고스톱 같다. 결국 가입자 유치해서 몇년간 돈받아 챙겨두고 환급금 돌려둬야 할 시기에 맞춰 '무늬만 파산'처리해서 이런 저런 핑계로 돈을 돌려주지 않고 나눠먹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드러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저런 편법을 동원해 피해가 확산되면서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지침'을 제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상조서비스에 가입하기 전에는 반드시 공정위 등록여부를 확인하고 재무상황 등 업체의 기본정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환급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서비스만 이관~"
7일 경남 창원시에 사는 이 모(여.63세)씨는 예상치 못한 상조회사 '통합'으로 인해 환급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씨는 지난 2005년 7월 D종합상조의 상조상품에 가입해 2009년 8월까지 월 5만원씩 총 50회를 연체 없이 완납했다.
지난해 10월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져 해지를 신청했고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업체 측의 요청에 아들 홍 모(28세)씨와 함께 직접 상조회사를 찾았다. 하지만 막상 직원과 대면하니 ‘신한 은행과의 예치계약 체결 진행 및 해지 대기자들이 밀려있는 문제로 당장 지급이 어렵다’며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연락 주겠다는 답변을 듣게 됐다고.
11월 초에도 아무 연락이 없어 재차 확답을 요구한 끝에 2012년 1월 10일까지 무조건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그마저도 허언이었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
아들 홍 씨는 “당일 회사 측에 연락하자 어처구니없게도 ‘다른회사와의 통합으로 해지환급금 지급의무가 없어졌으니 대신 결혼식 등 기타서비스로 제공 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전혀 예고된 바 없는 상황이고 서비스의 퀄리티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Y상조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통합절차가 진행되면서 등기 등으로 공문을 발송했고 전 상조회사 회원 정보만 이관 받아 서비스만 대행하고 있다”며 “당시 환급을 요구하는 회원들이 밀려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추후 지급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기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 환급액 많이 돌려준다며 시간끌다 말바꿔
경남 통영시 곽 모(여.30세)씨 역시 M상조에서 만기된 상조계약의 해약환급금 지급을 거부당했다.
지난해 5월 상조계약 만기환급금을 받기위해 상조회사에 연락했던 곽 씨는 상담사로부터 해약을 좀 미루면 본래 환급액인 260만원보다 높은 3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환급을 신청하자 당초 서비스에 가입했던 곳이 파산으로 M상조에 인수돼 해약환급금을 내줄 수 없고 대신해 결혼, 돌 등의 행사가 있을 경우 300만원 한도 내 지정업체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곽 씨는 “파산 및 인수와 관련해 제대로 된 통보조차 받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현금 환급을 거부하는 것은 지극히 업체 편의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M상조 관계자는 “정식 법인인수가 아닌 부도가 난 업체를 통합한 것으로 우리가 반드시 채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단지 회원관리를 대행하고 있을 뿐인데 이전 회사가 받은 돈을 우리가 내줘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답했다.
웨딩서비스 등으로 대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현금 환급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고 소비자들의 권리 행사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시인했다.
◆ 전국 곳곳 사라지는 상조업체..가입자들 영문도 모른 채 뒤통수
부도로 인해 인수, 합병되는 경우 가입자에게 해당 내용이 사전 안내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수년간 납부한 금액을 환급 받기 위해 업체에 연락하면 그제야 가입했던 상조 회사가 사라져 버린 사실을 알게 되는 것. 더욱이 당시 담당자가 인수한 업체명조차 알려주지 않고 나몰라라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강원 속초시에 사는 방 모(여.41세)씨는 지난 2008년 가입한 S상조와의 계약이 만기돼 환급금을 찾기 위해 당시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했다.그러나 담당자는 “S상조는 부도로 인해 인수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정확한 업체명은 모른다”는 답변 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
방 씨는 “부실한 상조업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한 달에 3만원씩 3년을 꼬박 부었는데 해결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충남 아산시에 사는 김 모(여)씨 역시 상조회사의 환급금 미처리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지난 2008년 어머니가 가입한 상조서비스 만기일을 앞두고 업체에 문의 차 전화하니 업체명이 바뀌어 전 회사에 납부한 금액을 제외한 일부만 돌려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된 것.
인수한 업체 C상조 측은 “안내 등기를 보냈다. 업무는 승계했지만 전 회사에 낸 금액을 돌려줘야할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피해가 확산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권리 보장을 위해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지침'을 제정, 1월 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상조업체가 양도, 합병, 분할될 때는 지위를 승계하는 사업자가 선수금 보전, 해약환급금 지급 등 모든 법적 의무를 승계하도록 했다. 또한 부도 등으로 회원을 다른 회사로 인도할 때 회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위약금 없이 대금을 반환해야 한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