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人 앞에서면 우리는 왜 약해지나

2007-08-04     헤럴드경제제공


[BOOK l 새책-미인]

미인 앞에 장사 없다. 찬사를 절로 보낼 수 밖에 없거나 질시를 억누를 수 없는 아름다움. 얼굴전문가로 유명한 조용진 한남대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미인’(해냄)에서 ‘우리가 왜 미인 앞에서 약해지는지’부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가’까지 속속들이 분석했다.


▶ 미인은 뇌가 만드는 예술품

어째서 우리의 본성은 미인을 가까이하라고 부추기나? 그것은 미인의 속성인 아름다움이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미인을 보면 뇌 속에 쾌감 물질이 증가한다고 한다. 쾌감의 추구는 모든 생물의 원초적 욕구이기 때문에, 미인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즉, 미인은 쾌감유발자(快感誘發者)다.

그런데 쾌감의 원인은 미인의 단정한 이목구비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미인이라는 실체가 어떤 에너지를 발산하여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고, 많은 여성 중 한 여성을 보고 쾌감이 생기는 감정 상태가 되었을 때, 이 쾌감이 생기는 대상을 지칭해서 ‘미인’이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인을 ‘뇌가 만드는 예술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인을 판별하는 데에는 우뇌, 좌뇌, 뇌간이 관여한다. 우뇌는 얼굴의 윤곽과 이목구비의 모양을 본다. 우뇌로 미인을 보는 사람이 조화로운 외모에 감동한다면, 좌뇌로 미인을 보는 사람은 지식을 매개로 판단한다. 여성의 교양, 판단력, 조건 등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배우자를 고를 때 좌뇌를 많이 사용할 것이다. 뇌간은 피부, 체취, 동작 등 ‘동물적인’ 평가를 담당한다. 남성들이 꼽는 이상적인 결혼 상대자는 미모로 우뇌, 지성으로 좌뇌, 성격으로 뇌간을 모두 자극하는 여성이다.


▶ 미인은 우리의 미래다

미인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다. 조선시대 미인은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작은 눈, 드세 보이지 않는 작은 코, 청결해 보이는 흰 피부, 다소곳해 보이는 동그란 몸매를 갖춰야 했다. 그러나 1945년 해방 이후에는 표정이 풍부한 큰 눈, 자신 있어 보이는 오똑한 코 등 서구적인 외모가 각광받았다.

시대에 따라 미인관이 변하고 미인의 유형도 달라지지만, 미인을 시대별로 늘어놓고 보면 일관된 경향이 있다. 바로 미래의 용모를 예고한다는 점이다. 사람의 얼굴은 이마가 커지고 턱이 작아 보이는 방향으로 진화하는데, 미인은 그 시대보다 약간 이마가 크고 턱은 작다.





▶ 미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미인박명?= 예로부터 동양에는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는 말이 있다. 장녹수, 장희빈 뿐 아니라 중국의 4대 미녀로 꼽히는 말희, 달기, 포사, 서시의 말로는 좋지 않았다. 아마 미인의 운명이 박명한 것을 문학적 소재로 즐겨 삼았기 때문에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나왔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서양의 미인담은 다르게 전개된다. 영국 속담에 ‘미인은 가만히 있어도 세상이 칭찬한다’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백설공주, 신데렐라, 오데트에게 왕자들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

○… 미인은 머리가 나쁘다= 미인은 얼굴의 좌우 균형이 잘 잡혀 있고, 뇌를 담고 있는 두상도 바른 것으로 보아, 머리가 나쁠 리가 없다. 하지만 미인은 어릴 적부터 용모에 관한 칭찬을 많이 받기 때문에, 뇌의 회로 중 용모에 관한 회로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뇌가 20% 정도 한정된 에너지를 어느 회로에서 사용하느냐가 그 사람의 능력으로 나타나므로, 용모에 관심을 갖게 되면 시험이나 일에 몰두하는 사람과는 결과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 미모와 목소리는 정반대= 현대 미인은 보통 남방계형이다. 남방계형의 음성은 낮고, 약간 어둡고, 탁한 소리가 많다. 남방계형은 대개 성대가 두텁고 질기며 길이도 길고, 입천장이 길며 옥니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전적인 북방계형 미인은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를 가졌을 확률이 높다.

○… 미인은 게으르다= 미인은 대개 전두엽이 발달했는데, 전두엽형은 생각이 많고 몸은 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 미인도를 그린 목적은 무엇인가= 동양 미인도의 목적은 여인의 아름다움 감상이 아니라 ‘미색에 빠져 정치를 돌보지 않음을 경계하라’는 메시지 전달이다. 중국 후촉이라는 나라에 맹지상이라는 임금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호색으로 나라를 어렵게 만든 것을 보고 일평생 여자를 멀리하기로 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맹지상은 미녀 4명을 그린 그림을 침실 벽에 걸어놓고, 침실에 드나들 때마다 되새겼다고 한다.


▶ 미(美)테크의 시대,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한국인이 연간 미용산업 분야에 도는 돈이 35조원을 상회하고, 중복 수술 횟수까지 포함하면 한국인 젊은 여자 3명 중 1명 꼴로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통계가 있다.

조 교수는 “외모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건 정상”이지만 “정신적인 아름다움보다 용모 치장에만 지나치게 치중해 낭비가 발생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형수술에 대해서는 “만족도와 자신감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등 도만 넘지 않는다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아름다움은 고정 자산이다. 미인의 기준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수술하면 변화한 외모의 영향력을 꽤 오랫동안 누릴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사회적 도구로 성형수술을 택하는 이들을 외모 지상주의의 노예라고 간주하고 돌을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 교수는 “능력 가꾸기가 이성에 통하는 방법이라면, 미모 가꾸기는 감성적 쾌감을 이용하여 사회적 이점을 추구하는 수단의 하나”라고 말했다. 내면과 외면, 양쪽을 균형 있게 다 갖춰야 진정한 미인이라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미모는 천부적 재능이다. 아무리 ‘뼈를 깎고 살을 에는’ 노력을 한다 해도 ‘원판 불변의 원칙’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현대에는 미인을 보는 관점이 다양해졌다. 백치미인, 지성미인, 요염미인, 청초미인, 건강미인, 청순미인 등 얼마나 미인의 종류가 많은가. 조 교수는 조선 시대에 미인이 5% 정도였다면, 100년 전에 8%, 20년 전에 15%, 현재 20% 정도인 미인의 출현율이 곧 25~30% 정도로 많아질 것이라 추정한다. 재미있는 건 선진국일수록 미인이 많다는 점. 우리나라와 일본은 20%, 미국은 23% 정도가 ‘저 정도면 미인’이라 평가받는다. 경제적 풍요와 민주화의 여파로 각 개인의 주관이 강해지므로, 평가의 관점이 넓어진 결과 미인의 종류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미인의 수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예전에는 검은 피부를 천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건강미인의 상징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각자 개성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미인이 되는 방법도 제시했다. 자주 웃으면 일반인도 미인이 될 수 있다. 또 뇌를 골고루 발달시켜야 한다. 사람은 성장 기간과 수명이 길기 때문에 뇌의 상태가 얼굴에 누적돼 영향을 미치는데, 따라서 뇌를 균형적으로 잘 쓰는 습관이 얼굴을 보기 좋게 만든다는 뜻이다.

조 교수는 “미인은 어떤 마력적인 힘으로 사람의 마음을 근원적으로 감동시키는 아름다움을 지닌 호모 베누스타스(Homo Venustas)”라며 호모 베누스타스가 현대 한국인이 추구하는 미인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서는 안된다. 조 교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바람직하고 진정한 미래형의 미인은 겉모습인 육체 뿐 아니라 내면까지도 아름다운 호모 풀크리투도(Homo Pulchritudo)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고운 기자(cca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