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해지고 싶다면 늘씬한 친구를 만나라

2007-08-05     헤럴드경제제공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속담이 있다. 친구가 강 건너 남쪽으로 간다니까 덩달아 따라간다는 말이다. 이는 주관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빗대는 말로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몸무게를 늘리고 싶은 홀쭉이들은 주관을 잠깐 버리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살찐 친구가 주위에 있으면, 살찔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살찐 사람을 친구로 두고 있는 마른 사람은 날씬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사람보다 살찔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메디칼 스쿨의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의료 사회학자와 캘리포니아 대학의 제임스 포울러 정치 사회학자는 인간 관계가 체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파밍햄 심장 연구’의 건강 기록을 분석했다. 이 파밍햄 심장 연구는 지난 1948년부터 심장 질환의 유전학적 발생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30년 이상의 유효 기록을 갖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파밍엄에 거주하는 수 천명의 선조와 후손들의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방대한 데이타를 정리한 크리스타키스의 연구는 5000 여명의 개인 기록과 7000 여명에 달하는 그들의 부모, 친족, 배우자, 친구들에 대한 데이타를 모두 정리하고 있다.

연구 결과 어떤 사람의 주위에 살찐 친구나 형제 배우자가 있으면, 자기 자신도 살찔 확률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친밀도에 따른 영향이 컸다. 주위의 살찐 사람들과 직접적인 친구 관계를 맺고 있으면, 마른 사람이라도 비만이 될 확률이 171%나 늘어났다. 하지만 만약 어떤 사람이 주위의 살찐 사람과 아무런 친분 관계가 없다면, 비만이 될 확률이 추가로 높아지지 않았다. 결국 이들 연구자들은 비만은 ‘배우자의 여동생의 친구’와 같이 세단계에 이르는 인간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과체중도 일반 질병처럼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선 관련 연구자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콜럼비아 대학의 듀칸 와츠 교수는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흡연과 운동 습관, 배우자의 죽음 이후 남은 배우자가 빨리 죽는 것과 같은 의학적인 문제에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의 관련 연구들은 한 시점에서의 데이타를 바탕으로 진행됐다”며 “30년에 이르는 자료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라마바 대학의 바이오통계학자 겸 비만 연구자인 데이비드 알리슨은 “사회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며 “비만이 일반 병처럼 퍼질수 있다는 점과 한 사람의 비만이 한 두 단계를 넘어선 사람들의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