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입성한 윤용로, 가시밭길 예고
노조와의 갈등 해소와 통합 문제, 1조원 이상의 실적 유지 등 난제 많아
특히 외환은행은 최근 수년간 각종 자산매각 등 특별이익을 통해 매년 1조원이상의 큰 이익을 내 왔지만 그간 론스타가 곶감을 모두 빼먹고 나간 상황에서 윤 행장내정자가 앞으로도 그런 엄청난 이익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윤 내정자 취임이후 외환은행 순이익이 크게 감소할 경우 그의 입지도 크게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용로 외환은행장 내정자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외환은행 임시 대표이사로 승인받았으나 노조 측의 반발을 고려해 당분간 출근을 보류하는 등 가시밭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윤 내정자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노조의 출근저지 뿐만이 아니다. 설사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승유)측과 외환은행 노조가 극적인 타협점을 찾고 윤 내정자가 외환은행장으로 당당하게 입성한다 해도 론스타체제에서 올린 조단위 순익을 계속 유지해 갈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외부 영입까지 해서 새로 인수한 은행의 행장으로 앉혔는데 기대 이하의 수익을 내게 될 경우 주주와 하나금융지주 기존 경영자들이 윤 내정자를 신뢰할 리 없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조단위 순이익을 이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우선 론스타 시절의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알짜 자산을 매각해서 대규모 이익을 낼 수 있었다. 해마다 곶감 하나씩을 빼서 팔면 큰 이익이 돌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외환은행에서 대규모 자산을 매각할만한 곶감이 더이상은 없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매각관련 이례이익 8756억원(세후)에 힘입어 2010년 대비 순이익이 무려 53.7%나 증가한 1조724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런 특별이익거리가 거의 없어 실적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선언이후 1년가까이 외환은행이 영업에 전력투구를 다하지 못한 점도 윤 내정자로선 걱정거리가 될 전망이다.
통상 은행영업이라는 게 한동안 전력투구를 하지 못하더라도 실적이 당장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영업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 실적악화로 이어진다는 게 은행업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지난해 외환은행이 매각 문제로 하나금융과 갈등을 겪으면서 영업에 이런저런 차질을 빚은 일은 차후에 실적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간 대립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경우 이같은 업무 및 영업차질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윤 내정자는 노사쟁의조정기간인 오는 17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간의 협상이 마무리되면 출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출근저지 투쟁'으로 맞서고 있는 노조를 가급적 자극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양사간의 의견차가 커 협상이 원만히 타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노조 측은 하나금융과 협상이 결렬될 경우 전면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6일부터 '외환은행 행명 유지'와 독립경영 보장 문제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 측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된 부분은 없다"며 "하나금융이 말로만 '투뱅크'를 얘기할게 아니라 외환은행 인사나 재무상의 독립성이 보장된 완전한 형태의 독립경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행명 유지 문제와 관련해 "신한은행도 과거 기업가치가 낮은 조흥은행과 합병할 때 3년간 행명을 유지해 줬었는데 하물며 외환은행은 해외에서 브랜드 네임이 하나은행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지주사 경쟁력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행명을 따로 쓰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윤 내정자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극적 타결을 할 경우 아무런 장애물 없이 외환은행에 무혈 입성해 통합작업과 경영정상화에 주력할 수 있다. 또한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외환은행장에 정식 선임될 수 있다.
반면, 협상이 결렬돼 하나금융이 '강제합병'을 밀어붙인다면 상황은 어려워질 수 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갈등이 장기화되면 중간에 선 윤 내정자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와 협의를 통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기구를 발족할 계획이다.
어쨌든 외환은행노조와 하나금융이 조기에 갈등을 매듭짓고 정상화를 추진하더라도 과거의 실적을 유지하기 어려운 판에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간 입장차이가 아주 커 외환은행의 앞날을 불안케 하고 있다. 윤 내정자의 앞길에 험로가 예상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기업은행장 시절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한 윤 내정자가 이런 가시밭길을 어떻게 극복해 가느냐에 따라 그의 입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