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년’이 몰려온다

2007-08-08     헤럴드경제 제공

순정만화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착각 그러나 당신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은 TV드라마다. MBC 월화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는 꽃미남 프린스(Prince)들로 가득 차 있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예쁜 남자 주인공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여장남자’ 윤은헤는 물론이고 종업원 모두가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년들. 남자라기보다 소년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이들이 요즘 여심(女心)을 사로잡고 있다.

여풍(女風)이 하나의 사회현상이 된 지금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남성 캐릭터의 유행이 다시 돌아왔다. 메트로섹슈얼(패션에 민감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성), 위버섹슈얼(남성적인 부드러움을 갖춘 남성) 등 유행은 돌고 돌아 다시 ‘소년’에게 안착했다. 턱수염이라고는 안 날 것 같은 뽀얀 피부에 순수함이 묻어나는 표정은 그들만의 매력. 만화 ‘꽃보다 남자’의 네 명의 멋진 주인공 ‘F4’처럼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한 꽃미남들의 대거 등장은 드라마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윤은혜를 향해 ‘마이 찬’을 외치는 하림(김동욱 분)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아직 성장기를 거치지 않은 귀여운 소년의 모습이다. 몸짱에다 험악한 인상까지 얼핏 보면 마초형일 것 같은 민엽(이언 분)까지 귀여운 면모를 과시하고 ‘와플선기’ 김재욱이 다소 냉소적이며 건방지긴 하지만 성인 남성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드라마 속 남성상의 변화는 여성상의 변화와 맞물려 있고 연상연하 커플의 득세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속에 두드러졌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정일우는 서민정 선생과의 러브라인 속에서 빛을 발했다. 정일우의 매력은 해맑은 미소와 소년의 앳된 얼굴이다. 로맨스 소설에서 소비되는 남성스러움은 정일우의 그것과는 다르다. 정일우는 하얗고 뽀얀 뺨 위로 눈물 한방울이 흘러도 예쁘기만 할 것 같은 소년에 가깝다. 사랑에 있어서도 남자로 듬직하다기보다는 소년다운 순수한 열정이 듬직하게 느껴진다.


이같은 소년열풍은 가요계에서 더욱 거세다. 슈퍼주니어에 이어 FT아일랜드까지 아이돌(Idol)그룹이 다시 상승세다. HOT와 젝스키스 등 아이돌 그룹의 인기는 한동안 주춤하다가 동방신기에 와서 다시 힘을 받으면서 최근 다시 꽃을 피운 양상이다. 5년여 전 유행어처럼 사용되던 ‘꽃미남’이라는 말이 한풀 꺽였다 싶은 요즘이지만 슈퍼주니어는 아예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이라는 영화를 들고 나왔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꽃미남’이라는 데서 찾는데 주저함이 없다. 또 FT아일랜드는 ‘미소년밴드’ ‘청소년밴드’라는 수식어를 항상 달고 다닐 정도다. FT아일랜드는 데뷔 한달만에 순위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아예 꽃미남을 애완견처럼 키우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케이블 채널 코미디TV의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은 커다란 박스 안에서 리본을 묶은 채로 연상녀들의 집에 배달되는 세명의 꽃미남과 이들의 동거를 그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만화에 이어 드라마로도 제작된 일본의 ‘너는 펫’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프로그램은 오락프로그램 검색순위에서 2, 3위를 지키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tvN의 ‘연상연하 러브룰렛’도 비슷한 맥락이다. 잘나가는 30~34세의 전문직 ‘누나’ 5명과 20~28세의 남성 10명이 출연하는 이 짝짓기 프로그램은 지금 여성들의 눈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