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er’ 전성시대…슈머를 잡아라
프로슈머? 마담슈머ㆍ트라이슈머ㆍ크리슈머ㆍ메타슈머… !
2007-08-09 헤럴드경제 제공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기업은 고객에게서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 광고 아이디어, 슬로건을 얻고 있다. 기업은 돈을 주지 않고 일반 소비자에게 유용한 아이디어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소비자의 아이디어가 신제품 개발에 직접 관여하는 프로슈머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자기가 소비하는 것을 자기가 생산하는 프로슈머 경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다시 한번 생산자(Producer)가 소비자(Consumer)인 ‘프로슈머(Prosumer) 경제’에 대해 강조했다. 하지만 토플러의 프로슈머 이론 역시 독자, 소비자의 아이디어로 날로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는 단순한 프로슈머를 넘어 역할과 분야에 맞게 세분화한다. 그리고 마담슈머, 트라이슈머, 크리슈머 등 다양한 슈머에 맞춰 기업의 마케팅 전략 역시 함께 진화하고 있다.
▶마담슈머=마담슈머(Madamsumer=Madam+Consumer)는 구매결정력을 지닌 주부 프로슈머를 뜻한다. 한국의 주부는 ‘아줌마’를 넘어 지적 능력, 경제력, 사회활동 경험 등을 바탕으로 ‘마담’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많은 기업이 제품 개발, 생산, 평가에 이르기까지 마담슈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마담슈머가 제 실력 발휘를 하고 있는 상품은 아파트다. 가장 고가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는 ‘주거생활’을 판매하는 특수성 때문에 주부의 의견에 유독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은 총 8명의 마담슈머로 구성된 리더스클럽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1년 동안 총 8가지 과제를 수행한다. 매월 과제에 대한 발표를 하고 직원과의 정기 회의 및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다. 아파트 외부와 내부 시설, 조경, 홈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이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명한 마담슈머가 모인 리더스클럽을 통해 주택의 주 소비자인 주부의 시각으로 푸르지오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트라이슈머(Trysumer)=신세대는 소유가 아닌 경험을 산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구매에 있어 더 중요하다. 트라이슈머(Try+Consumer)는 간접적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서비스, 제품, 맛 등을 직접 경험하길 원하는 체험적 소비자를 뜻한다.
나이키는 이런 소비자의 경향을 반영해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Trial Vans’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밴은 약 1000켤레의 운동화를 싣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신발을 신고 뛰어볼 수 있도록 빌려준다. 사전예고 없이 사람들이 조깅하는 공원, 호수 등의 장소에서 진행된다. 소비자는 여러 스타일의 운동화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원하는 만큼 달려볼 수 있다. 다만 신발 반납시 연락처와 운동화에 대한 의견만 적어내면 된다.
한국에서도 젊은 사람이 자주 모이는 코엑스, 명동 등지에 애플 체험 스토어, 소니 체험 스토어 등이 생기고 있다. 모두 트라이슈머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이다.
▶크리슈머(Cresumer)=‘나는 창조한다. 고로 존재한다.’ 창조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를 가진 창조적 소비자인 크리슈머(Creative+Consumer)는 프로슈머가 업그레이드된 형태.
이들은 주로 음악, 미술, 문학 등의 창작 분야를 활용해 생산에 참여하거나 아이디어를 상품화한다. 기업이 앞다퉈 공모전에 적극 나서고, 패션과 미술의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sㆍ협업)이 활발한 요즘 트렌드에 미친 크리슈머의 활약은 눈부시다.
캐주얼 브랜드 엘록(ELOQ)은 지난 4월 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했다. ‘오아시스’라는 주제로 소비자가 직접 입고 싶은 티셔츠 프린트를 디자인해 응모하고 우수작은 실제 제품으로 제작됐다.
세계적인 브랜드 유니클로(UNIQLO)에서도 ‘유니클로 크리에이티브 어워드(UNIQLO Creative Award)’라는 이름의 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을 실시, 수상 작품은 프린트 티셔츠로 상품화해 전세계의 유니클로 매장에서 판매한다.
아이다스의 또다른 브랜드 ‘아디칼라’ 역시 크리슈머의 욕구를 반영한다. 소비자는 직접 아디다스 제품에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나 그림을 그려넣어 이를 입고 신을 수 있다.
▶메타슈머(Metasumer)=메타슈머(Meta+Consumer)는 평범한 제품에 변화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진화시키려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 5월 30일 오리온에서는 재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내가 만든 초코파이’란 주제로 대회가 개최됐다. 참가자는 저마다 기존의 초코파이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태 맛, 질감, 영양 등의 요소를 고려해 업그레이드된 초코파이를 선보였다.
농심도 메타슈머를 적극 활용하는 회사 중 하나다. 해마다 열리는 ‘농심 라면왕 선발대회’가 대표적이다. 100여명의 본선 진출자가 선보인 요리는 라면에 대한 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 대회에는 외국인의 참여도 늘어 한국 라면의 위상을 실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밖에 ▷스포츠 관전 및 참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를 뜻하는 스포슈머(Sposumer) ▷뷰티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에 있어서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보떼슈머(Beautysumer) ▷다른 사람의 사용 후기를 참조해 동일한 기호 및 성향 등을 중시해 상품을 구입하는 트윈슈머(Twinsumer) ▷웰빙-로하스(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열풍에 걸맞게 유기농 식품과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그린슈머(Greensumer) 등도 프로슈머의 진화로 볼 수 있다.
김선희 기자(sunny@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