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외환은행 인수완료, 퇴진만 남아
2012-02-20 임민희 기자
하나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여전히 김승유 회장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으나 김 회장이 외환은행 노조와의 협상 타결로 인수 작업을 매듭지은 만큼 모든 소임은 끝났고 더는 유임할 명분도 없다는 게 금융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김 회장이 '완전한 퇴진'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향후 새 경영진의 부담을 덜고 외환은행 통합작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5년간 외환은행 명칭 유지와 독립경영 보장 등에 전격 합의하면서 통합작업의 물꼬를 튼 가운데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김승유 회장의 거취 여부에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미 외환은행 인수 문제를 마무리 지으면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고 현재 하나금융 경영발전보상위원회(이하 경발위)에서 후임 회장 인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하나금융 경발위원들(사외이사)은 그간 김 회장의 연임을 요구, 후보군에 김 회장을 포함시켜 설득 작업을 벌였으나 그의 사퇴의지가 강해 후임 인선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퇴진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여전히 그룹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최근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연임(3년)을 수락했고,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직도 계속 맡기로 했다. 서민금융 봉사와 교육 헌신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만일 이를 바탕으로 김 회장이 그룹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명예로운 퇴진의 의미도 퇴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김 회장은 또 외환은행 통합작업에도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7일 외환은행 노조와 협상 타결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언제든지 백의종군 자세로 그룹의 성장을 위해선 모든 노력을 다할 각오가 돼 있다"며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그룹이 될 수 있도록 기쁜 마음으로 일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사퇴를 결심한 만큼 '완전한 퇴진'으로 새경영진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김 회장은 지난 47년간을 금융업계에 종사한 '산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65년 금융계에 입문한 이후 하나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맡으며 은행권 최장수 CEO(15년)로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은 특히 충청은행(1998년),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 인수․합병(M&A) 에 이어 1년여의 노력 끝에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서 하나금융을 자산규모 300조원대의 거대 금융지주사로 발돋움시켰다.
김 회장의 업적은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하나금융의 젊은 세대교체와 후계체제 정착을 위해서는 김 회장이 깔끔하게 물러나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외환은행 통합작업 역시 새 경영진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에하나 겉으로만 '명예로운 퇴진'를 표방하면서 정작 이사회 등에 남아 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거센 여론의 역풍과 함께 현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관치개입' 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금융 후임 회장 후보군에는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민상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유지창 유진투자증권 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태 행장이 차기 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 회장의 카리스마에 비견될만한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한동안 새 회장과 김승유 회장 측근의 핵심 부행장급 참모진들이 주축이 된 과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하나금융은 이달 말까지 회장 후보군을 3~4명가량으로 압축,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어 내달 초 이사회 의결을 거쳐 23일 주주총회에서 새 회장을 선임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