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들 노는 모습에 언니들 ‘푹~’

2007-08-10     헤럴드경제 제공



"오빠가 채워줄게~!”

잘생긴 오빠들이 소리치자 객석의 99%를 메운 여성 관객들이 자지러지듯 환호성으로 화답한다

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을 휘저으며 관객들에게 장난을 걸던 배우들이 기타를 매더니 튜닝을 시작한다. 공연을 알리는 별도의 오프닝 멘트는 없다. 기타와 드럼, 타악기 소리가 시원하게 울려 퍼지면 그들의 ‘놀이’가 시작된다.


배경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Frog level과 Smyrna사이 57번 고속도로 인근 주유소와 도로 건너편의 작은 식당. 한적한 주유소의 잘생긴 오빠들과 뜨내기 손님을 상대하는 식당 종업원 자매는 서로 친구이자 애인이고 가족이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사건이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소소한 일상에서 재미를 찾는 것, 같이 수다를 떨거나 장난치고 애정표현하는 게 삶의 대부분이다. 뮤지컬 ‘펌프보이즈’는 이런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무대에 올려놨다.

여러가지면에서 ‘뮤지컬은 이런 것, 공연은 이런 것’이라는 강박관념을 집어 던진 것이 눈에 띈다. 공연의 시작과 끝의 구분,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모호하다. 기승전결의 스토리 구조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복잡한 거 기대하지 말고 그냥 같이 놀자”고 어깨 툭 친다. 100분 동안 매력적인 펌프보이즈 오빠들(주유소 남자 직원)과 바비인형 같은 더블컵 시스터즈(식당 여자 종업원)언니들의 노는 모습에 푹 빠져 대리만족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거다.

애드리브인지 대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능청스런 연기와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시원한 밴드 음악은 작품의 매력 포인트. 특히 록밴드 쿠바(CUBA)의 보컬로 활동중인 L.M.역의 송용진과 한 때 클래식 기타를 전공하려 했던 짐 역의 조정석의 극중 기타 연주 솜씨는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 넘는다. 컨트리록을 비롯해 R&B, 블루스, 가스펠, 록큰롤, 스윙, 아카펠라 등의 다양한 음악이 쉬지 않고 흘러 나와 귀가 즐겁다.

극적인 부분보다 음악을 중시하는 뮤지컬 관객들에게, 오랜 여운 보다는 관람 순간 신나게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뮤지컬 ‘헤드윅’ 출신이라는 것이다. 연출가 이지나씨는 뮤지컬 ‘헤드윅’의 한국 초연 당시 연출을 맡은 바 있고, 송용진(더블캐스트인 홍록기는 제외)과 조정석은 역대 헤드윅, 이영미와 전혜선은 역대 이츠학이다. 택배 직원으로 등장하는 깜짝 게스트는 여성 관객들을 위한 특별 선물. 극장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

10월 14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1관. 문의 02-3485-8711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