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밴드’ 연예인 2세의 함정
2007-08-10 헤럴드경제 제공
“많은 분들께서 그 방송을 나오기 위해 실력을 갈고 닦고 피눈물을 흘리는데 저희는 아빠 덕분에 쉽게 나와서 장난처럼 하고 들어갔으니 욕 먹어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서세원의 아들 서동천의 미로밴드가 7일 방송된 SBS ‘이적의 음악공간’에서 붉어진 가창력 논란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오히려 ‘연예인 2세’에 대한 더 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미로밴드는 이날 방송에서 록밴드 너바나(Nirvana)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이란 곡을 불렀다가 가창력 부족으로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불안한 음정에 박자도 놓치는가 하면 격렬한 해드뱅잉도 눈살을 찌푸리게 해 ‘노래방에서 악쓰는 것 같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이에 서동천은 ‘사죄의 말씀’이란 글을 올려 “제가 부를 수 없는 음역대의 노래였지만 그 때 심정으로는 제가 워낙 못하니까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시고 자신있게 좋아하는 것을 하는 걸 귀엽게 봐주실 거라고 생각했다”며 ‘음악공간’ 사건에 대한 해명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들을 보는 시선은 “완전히 방송을 장난으로 알고 깽판 부린 양아치들”이라는 서동천 자신의 표현대로 차갑기만 하다. 또 “아빠가 아니면 불러주지도 않았을 곳”이라는 그의 말대로 실력, 인기 모든 면에서 부족한 밴드가 지상파 음악방송에 나온다는 것은 서세원의 유명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연예인 2세가 ‘부모 덕본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가수 이루 역시 초반에 태진아가 발벗고 나섰고 이루의 뮤직비디오에는 안성기, 박중훈 등 톱스타들까지 줄을 잇는다. 가수로 데뷔하는 설운도의 아들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몰래카메라’에 출연해 화제가 됐고 이영하-선우은숙의 아들 이상원 역시 부모와 잦은 TV 동반출연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신인들이면 쉽게 접근하기도 힘든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예인 2세에 대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연예인 부모가 데뷔와 초반 얼굴 알리기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이후에 스타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누구의 아들이라는 것은 2세 연예인들이 자주 말하듯 일종의 ‘족쇄’이기도 하다. 스타로 가는 지름길인 것 같지만 자칫하다가는 부모의 그늘에 가려지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 화려한 데뷔 이후 더욱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다. 하정우, 김주혁 등 연기력 있는 배우로 인정받은 경우를 보면 이들이 김용건, 김무생의 아들이라는 사실과 무관하게 스스로 개척해나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잘나가는 부모를 둔 연예인 2세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재능과 노력이 성공의 열쇠라는 기본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