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빽바지’를입다

STYLEㅣ 연재 - 엠플 세 자매 옷장을 열다 <11>]

2007-08-11     헤럴드경제 제공

요즘 국내에선 스키니 팬츠라 불리는 일명 ‘빽바지’가 여전히 전성시대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유행을 피해갈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국내 스키니 팬츠의 바람은 말라깽이 케이트 모스랑 시에나 밀러의 영향으로 여성복에서부터 불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남자로 유행이 크게 번졌답니다.


남자들이 얼마 전까지 가장 많이 입었던 바지는 통이 벙벙한 카고팬츠죠. 그런데 스키니 팬츠는 몸에 딱 달라붙으니까 사이즈 차이가 커도 너무 크잖아요. 카고에서 스키니로 건너뛴다는 건 왠지 너무 급격하죠. 하지만 미운 사람도 자주 보면 정들고 익숙해지듯 길을 가는 여자 중 3명 중 2명은 스키니 팬츠를 입자 남자들도 입을 마음의 준비가 서서히 되어갔나 봐요. 소위 패션 피플인 모델, 디자이너, 연예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즐기는 남정네들이 하나 둘 입기 시작하더니 빠른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죠. 이 글을 쓰는 본인도 매일 입다시피 하니까요.


처음에 스키니 팬츠를 입은 남자들은 마치 순교자들처럼 남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야 했죠. 주위에 예전부터 스키니 팬츠를 입고 다닌 사람이 있다면 꼭 밥이라도 한번 사주세요. 그 분들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스키니 팬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니깐. 모 잡지의 여론조사를 보아도 여자들이 생각하는 보기 좋지 않은 아이템으로 스키니 팬츠가 당당히 일등으로 뽑히곤 했으니까 말이죠.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들의 레깅스를 싫어하는 이치랑 비슷하달까… 아무튼 그러네요. 물론 지금도 남자들의 꼭 끼는 청바지를 인상을 찌푸려가며 대하는 이들이 있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남성복이 급작스럽게 변화된 건 매우 드문 일이에요.



▶새로운 아담상의 창조, 디올 옴므


지금도 인터넷을 뒤져보면 이 ‘옴므’를 딴 쇼핑몰이 많은 이유는 바로 에디 슬리먼이 창조한 삐쩍 마른 디올 옴므의 탄생 덕분이죠. 얼굴은 차디 차게 창백하고 뼈와 움직임에 필요한 최소한의 근육만 붙은(뭐, 가죽만 입혔다고 볼 수 있는) 모델들이 그 위에 가죽처럼 붙은 스키니 팬츠와 스트라이프의 펑퍼짐한 티셔츠를 입고 나왔을 때 패션계는 술렁였지만 먼발치에서 보는 우리들은 ‘어찌 저런 스타일을 거리에서 입고 다니느냔 말인가’라고 중얼거렸어요. 하지만 기가 막히게도 1년 뒤가 되니 약속이나 한 듯이 ‘디올 스타일’ 딱지가 붙은 스키니 팬츠를 입기 시작했죠. 또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남자들의 필수 아이템이 돼버렸어요. 물론 여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요.


몇 년 사이 체형이 많이 변했는지 우리나라 남자들이 스키니 팬츠를 입은 모습은 막상 흉하거나 나쁘지 않았어요. 스키니 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꼽으라면 펑퍼짐한 티셔츠를 꼽겠어요. 허벅지를 내려오기전까지, 혹은 허벅지 시작하는 지점까지의 길이가 딱 좋아요. 이 때 납작한 캔버스 슈즈보다는 프린트가 들어간 스니커즈가 훨씬 경쾌한 느낌을 주죠.



▶스키니 팬츠는 영원할 것인가?

이 스키니 팬츠의 생명력이 얼마나 될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어요. 언제나 가장 늦게 트렌드 열차에 올라 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꼭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과연 지금 스키니 팬츠를 사면 내년까지 입을 수 있냐고요.


일단 정석 같은 얘기를 하자면 벌써 스키니 팬츠의 인기에는 먹구름이 끼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올 F/W 컬렉션을 보아도 대부분의 팬츠는 헐렁한 와이드이거나 편안한 스트레이트 피트를 보이니깐 말이죠. 뭐랄까? 조금 나이가 든, 성숙해진 느낌이랄까? 그런 기운이 불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유행이 하루 아침에 변하느냐? 그건 아니죠. 2년 전에 태어난 스키니 팬츠가 이제야 대중화 되었으니깐 말이죠.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1년은 넘게 입고 다닐 아이템이 될 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니 지금 구매하는 것을 너무 겁먹지 마세요.


국내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스키니 팬츠는 소재만 변하지 그 슬림한 피트는 어느정도 유지될 거라고 하네요. 사실 생각해 보면 남자 패션의 유행은 조금 느리답니다. 여자 패션이 올해 유행한 아이템을 내년에 절대 입지 못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죠. 물론 기본아이템은 예외죠.


글=엠플 ‘5 패션 피플 옷장을 열다’ 지름전도사


(www.mple.com)/prosumer/5fashionpeople)



필자소개=지름전도사


모 패션잡지의 패션 담당 기자.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넘나들며 패션 아이템부터 전자제품, 인형까지 구입하는 쇼핑 마니아이자 트렌드를 만들고 전하는 패션 피플. 쇼핑과 패션노하우와 에피소드를 보유하고 있어 동료 기자들의 쇼핑 메이트로 인기가 높다. 남성 패션기자로서 남성 패션에 따끔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