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현장은 살아 있는'일제 잔재 전시관'

액자 속 태극기ㆍ거수경례ㆍ두발검사ㆍ아침조회 등

2007-08-13     뉴스관리자
교실 앞 벽에 걸린 액자 속 태극기, 교장 선생님 훈화를 듣는 아침조회, 머리털을 '빡빡' 깎는 두발검사, 학생들의 군대식 거수경례, 선생님께 구령 붙여 인사하기, 수학여행과 운동회'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 현장에 아직도 전통이라는 이유 등으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및 교육당국조차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하고 있는 통제와 규율 중심의 학사행정이 일제 잔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민족 정기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국민학교' 명칭을 `초등학교'로 바꾸는 등 변화도 있었지만 아직 충분치 못해 이제 검증을 통해 받아들일 것은 수용하고 청산할 것은 깨끗이 털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황국 신민의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던 일제 교육이 아니라 민주화ㆍ국제화시대에 발맞춰 학생 개인의 능력과 인성을 중요시하고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선 거수경례만 하더라도 오랜 역사를 지닌 사학을 중심으로 일부 학교에서는 아직도 입학ㆍ졸업식 등 각종 학교 행사에서 네모 반듯하게 도열한 학생들이 힘찬 구호와 함께 거수경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제복 입은 교사들이 긴 칼을 옆에 차고 학생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을 부르짖던 일제시대의 잔재로 1970년대 군사정부시절 반공 구호 속에 집단의식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수용됐다는 비판이 있다.

지난해 한 경찰 최고위 간부는 자신이 제복을 입고 수십년간 거수경례를 해왔지만 모교를 방문했을 때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들이 자신에게 이런 경례를 하는 바람에 무척 놀랐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일선 학교의 대표적인 또다른 일제 잔재로는 두발 등 복장검사가 있다. 이는 일제가 1911년 조선인에게 황국신민의 의식을 강요하고 사상을 통제, 조선인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조선교육령'을 제정, 공포한 데서 시작된다.

전교조와 같은 교원단체 등이 학생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하면서 이제는 교육 당국도 일선 학교의 지나친 두발검사 등을 자제시키고 있지만 아직도 상당수 학교가 질서와 규율을 바로잡는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학교 운동장에 줄을 맞춰 서서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교장 선생님 훈화, 교가로 이어지던 아침조회와 이제는 너무 익숙한 학교 행사인 수학여행과 운동회도 처음에는 일본이 학교를 통해 지방 주민을 통제하려던 의도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움직임도 있다.

정부는 1996년 `황국신민의 학교'라는 의미의 `국민학교' 명칭을 민족 정기 회복 차원에서 `초등학교'로 변경했고 2002년에는 교실 안의 `액자 속 태극기'를 `유리액자형'에서 `족자형' 등으로 바꾸도록 권장했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2004년 구령에 맞춰 선생님에게 인사하던 방식이 일제시대 시작돼 군대식 교실문화로 이어져온 것이라는 비판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 `구령 없이 인사하기 운동'을 실시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제 잔재들이 일선 학교에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깊게 뿌리 박혀 있고 학교들은 이를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변화의 움직임은 확연하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한순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꾸준히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 지금처럼 수용해 발전시킬 것과 이제는 청산할 것을 구분해 더욱 발전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일제 36년을 거치면서 우리 학교에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뿌리박힌 일제 잔재가 상당히 많다"며 "지금이라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교원단체들이 나서서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