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이 살아 돌아온다면...

2012-02-22     유성용 기자

유교의 시조인 공자는 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중국 최초의 재벌인 자공의 능력을 높이 산 점에서도 알수있다.

하지만 공자는 인간이 이익만을 쫓을 때 나올 수 있는 폐해들도 동시에 봤다. 이 때문에 덕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교 사상은 경제를 도외시 하지 않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의로움이 전제돼야 한다는 약속이 있었다.

국내에서 유교적 가풍이 가장 강한 재벌 그룹을 꼽으라면 단연 LG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LG는 국내 주요 오너 그룹 가운데서 자손이 많은 편이지만 3대에 걸쳐 경영권 잡음이 없다. 유교적 가풍에서 비롯된 엄격한 위계질서가 큰 힘을 발휘한 탓이다.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은 6남 중 맏아들이었으며 슬하에 6남 4녀를 뒀다. 장남인 구자경 명예회장 역시 4남 2녀를 뒀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조카가 젊은 숙부에게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집안으로 유명하다.

딸만 둘을 둔 구본무 회장은 동생인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의 아들인 광모 씨를 양자로 들이기도 했다. 집안이 유교 문화에 따른 질서가 엄격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LG의 유교적 가풍 한 축이 무너지는 모양새다. 공자가 우려했던 폐해가 LG가 방계 2, 3세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최근 LIG그룹 구자원 회장과 그의 아들인 LIG넥스원 구본상 부회장은 출국 금지됐다. 계열사의 부실을 숨기고 거액의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구자원 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 회장의 장남이며, LIG넥스원 구본상 부회장은 LG 구본무 회장과 6촌 지간이다.

LG 구본무 회장과 4촌사이인 엑사이엔시 구본현 전 대표는 작년 9월 주가조작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직원 명의로 대출금을 글어다 쓰는 것처럼 속여 700억원이 넘는 회사 돈을 횡령하기도 했다.

구 회장과 6촌 지간인 구본호 씨는 2008년 코스닥 상장사인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소문을 허위로 조작해 1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물류업체 범한판토스를 통해 은행에서 250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이를 담보 없이 빌려 회사에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사마천의 사기는 자공의 상업 활동에 대해 시장의 변화를 잘 파악하고 물건의 흐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기에 장사를 잘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부산 서대신동에는 LG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의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기념관에는 연암의 고객중심 경영철학이 묻어 있다.

곳곳에 걸린 현판에는 "싸게 만들기는 쉽다. 그러나 제품이 성공하자면 좋게 만들어야 한다", "남이 미처 안하는 것을 선택하라. 성공하더라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것에 새롭게 도전하라" 등 그의 어록이 새겨져 있다.

이는 구본무 회장이 강조하는 '고객가치 경영'의 뿌리이기도 하다.

현세에 공자가 있다면 자공의 역량을 지닌 연암의 능력을 칭찬했을 것이다. 하지만 방계 2, 3세들의 부도덕한 잇속에는 대노했음에 틀림없다.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부자인 호설암은 호경여당이란 약방을 경영했는데, 이곳에 걸린 현판에는 '절대 속이지 말라'는 글이 적혀 있다고 한다.

연암이 살아 돌아온다면 만인의 지탄을 받는 2,3세들에게 뭐라 꾸짖었을까?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