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은행 총파업 재현되나

2012-02-23     임민희 기자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 은행장 리차드 힐)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2010․2011년 임금단체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협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제2의 총파업 사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C은행 노조 측은 이달 말까지 사측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경우 내달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노사갈등 재현에 따른 고객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SC은행은 사명변경과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력 증대를 모색하고 있으나 노사협상이 2년째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고객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SC은행 사측과 노조 측은 2010년과 2011년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 공동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인상분 2010년 2%, 2011년 4.1%라는 임금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거의 모든 은행이 합의를 도출했지만 유독 SC은행만 노사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노사는 한때 2010년 임금인상분을 2%로 정하는데 의견접근을 이뤘으나 성과연봉제 도입과 상설 명예퇴직제도 폐지, 후선발령제도 전직원 확대 등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측이 비정규직에 대한 2011년도 임금인상율을 4.1%로 확정하면서 노조 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더욱이 SC은행은 2011회계년도 실적발표를 앞두고 지난 16일 이사회를 통해 주당 배당금액 381원에 1000억원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에 전액 현금배당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배당 논란이 일고 있다.

SC은행 노조 관계자는 "2010년과 2011년 임단협과 관련해 현재로선 진척된 게 없다"며 "비정규직 임금 및 복지협상은 그간 노사가 협의해 결정해 왔던 사안인데 사측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인상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 집행부가 들어선 만큼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지만 사측이 신뢰를 깨고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결국엔 총파업으로 맞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4대 현안인 명퇴폐지, 후선발령준칙 개정, 집단성과폐지, 호봉제 폐지 등과 관련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에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하거나 폐지에 따른 조합원들의 반대급부가 있다면 사측과 협상을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 SC은행 관계자는 "사측이나 노조에서도 이달 안에는 임단협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지만 아직까지 협의가 안 돼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며 "파업으로 고객들이 불안을 느끼는 일은 없어야하기 때문에 조속히 타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커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C은행이 지난해처럼 다시 파업사태가 불거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SC은행 노조 조합원 2800여명은 사측의 개별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해 지난해 6월27일부터 8월29일까지 최장기 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영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394개 지점 중 42개 지점을 잠정폐쇄한 바 있다.

SC은행은 당시 파업사태로 고객들의 불만이 속출했고 일시적으로 예금인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