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씨티 등 외국銀 고배당 얌체영업 빈축

2012-02-24     임민희 기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 행장 리처드 힐)과 한국씨티은행(행장 하영구) 등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얌체 영업과 고액배당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들은 국내에 진출한지 수년째에 이르고 있지만 '한국 토착화'보다는 '글로벌 은행' 이미지를 앞세워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하고 고금리 대출영업을 통한 출혈경쟁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중간배당 등을 통해 매년 연간 순이익의 50%에 버금가는 금액을 챙기면서도 정작 수수료 인하나 중소기업 지원 등은 외면해 빈축을 사고 있다.

금융계는 가뜩이나 국내 대형은행들에 밀려 외국계 은행들의 입지가 더욱 위축된 가운데 국내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얌체 행각을 계속할 경우 고객들의 불신만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의 과도한 수수료 편취와 고배당 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수수료 인하와 고배당 자제를 요구했다. 이에 국내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현금자동화기기(ATM기) 수수료를 내렸고 배당금 역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으로 결정했다.

반면 외국계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침에도 고배당을 감행했고 수수료 인하에도 인색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보였다.

실제로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수수료 현황을 보면 다른 은행의 ATM기를 통해 현금인출시 SC은행이 마감 전․후 각각 1000원과 12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씨티은행도 마감 전․후 각각 800원, 900원으로 비싼 편에 속했다.

송금 수수료의 경우 은행창구를 통한 당행이체(1만원 기준)시 대다수 은행들이 면제인데 반해 SC은행 등은 무려 1500원의 비싼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은행창구를 통한 타행이체(1만원 기준) 역시 주요 시중은행들이 500~600원을 받고 있지만 SC은행 등은 3천원을 받았고 씨티은행만 유일하게 면제였다. ATM기를 통한 타행이체시 SC은행은 마감 전․후 각각 1000원과 1500원으로 다른 은행들보다 두배 가량 비쌌다.

외국계 은행들의 계속되는 고배당도 문제시 되고 있다.

SC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은행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한국SC금융지주에 주당 381원, 총1000억원을 현금배당하기로 확정했다.

SC금융지주는 이중 810억원을 모회사인 영국 SC그룹에 주주배당할 예정이다. SC은행(옛 제일은행)은 지난 2005년 SC그룹에 인수된 후 2010년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대규모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배당금은 2010년 3월 2500억원, 9월 1000억원, 2011년 3월 1000억원, 9월 1000억원 등 총 5500억원에 이른다.

씨티은행도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한국씨티금융지주에 1299억원을 배당키로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씨티은행(옛 한미은행)은 지난 2004년 미국계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에 인수된 후 2005년 916억원, 2006년 655억원, 2007년 917억원, 2010년 1002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SC은행과 씨티은행은 2011회계연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각각 3507억6천만원, 4231억8천만원을 보였다. 모그룹이 순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을 통해 챙겨가는 일이 지속되면서 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최근 5년간 7대 시중은행 배당성향' 자료를 보면 씨티은행이 7위로 배당성향(14%)이 가장 낮았다"며 "2010년 지주사 체제로 바뀐 후 배당을 안하다가 지난해말 불가피하게 1299억원을 중간배당 했는데 그게 (고액배당으로) 오해를 산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배당금을 씨티그룹이 모두 가져갔지만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에는 한국씨티금융지주가 씨티그룹에 배당할 금액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하나금융지주 계열사로 편입된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매각된 후 지속적인 고액배당으로 '먹튀' 논란이 일었으나 지난해 대법원의 론스타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판결 등으로 추가 배당을 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외국계 은행들은 가계부채 심화로 골치를 앓고 있는 와중에도 고금리인 가계대출에 치중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작년 9월 말 현재 은행권 대출은 기업대출 582조6천억원, 가계대출 445조1천억원으로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SC은행의 가계대출은 26조9천억원으로 기업대출(8조9천억원)의 3배에 달했고 씨티은행도 가계대출(14조3천억원) 규모가 기업대출(9조6천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중소기업 지원에서도 10개 시중은행이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에 총 2천615억원의 보증재원을 출연한 반편 SC은행과 씨티은행, 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전혀 참여하지 않아 은행의 공공성은 도외시한 채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외국계 은행들이 겉으로는 '글로벌 은행'을 표방하면서도 뒤로는 높은 수수료와 고금리 대출영업, 고액배당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대형은행들에 밀려 실적을 내기 어려운 여건인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영업점 축소와 조직개편 등을 통해 경비절감 및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내부직원들의 반감만 살 수 있다.

특히 SC은행의 경우 무리하게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하려다 노조 파업사태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에 계속 남길 원한다면 한국 내 금융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지금처럼 고금리와 수수료 이자 영업에 치중한다면 고객들의 신뢰 회복은 더욱 요원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